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매직에코의 최형욱 공동대표(왼쪽 두 번째)와 최재규 공동대표(맨 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램프 ‘루미스마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매직에코의 최형욱 공동대표(왼쪽 두 번째)와 최재규 공동대표(맨 오른쪽)가 직원들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램프 ‘루미스마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얼핏 보면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평범한 LED(발광다이오드) 스탠드 같다. 한데 온도 습도 빛 등을 감지하는 각종 센서가 달렸다. 카메라와 마이크, 모션 센서에 스피커까지 있다. 와이파이(WiFi) 칩과 중앙처리장치(CPU)도 붙어 있다.

단순한 탁상용 조명기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스탠드는 센서, 스마트폰과의 상호작용과 자체 연산 처리 능력을 통해 방 안 온도가 설정해둔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경보음을 울리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가 오면 스피커로 알린다. 디지털 도어록과 연동해 집에 들어서는 사람의 사진을 찍는 방범 설비 역할도 한다.

지난 10일 킥스타터와 함께 대표적인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꼽히는 인디고고에는 이 같은 스마트 램프 제품이 올라왔다. 제품의 이름은 ‘루미스마트’.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의 색상을 LED 조명에 적용시킬 수 있는 필립스의 ‘휴(Hue)’, 지난달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랩의 자동온도조절장치 ‘서모스탯’ 등을 연상시키는 사물인터넷(IoT) 제품이다. 이 제품을 만든 곳은 놀랍게도 국내 스타트업이다. 루미스마트를 만든 매직에코의 서울 역삼동 사무실을 지난 21일 찾았다.

◆이용자가 직접 사용법 프로그래밍

직접 본 루미스마트에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필립스 휴처럼 스마트폰으로 LED 색상을 직접 제어하는 것은 물론 내장된 카메라로 10초마다 사진을 찍어 스탠드 밑에서 작업하는 과정을 그대로 기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전등을 사용자들이 특별한 지식 없이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점이다.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청소년·어린이를 위한 학습용 프로그램 언어 ‘스크래치’로 블록을 붙이듯 명령과 결과를 조합해 만들면 된다. ‘온도가 17도 이하로 내려가면’이라는 조건과 ‘스피커에 경보음을 낸다’는 결과를 레고 놀이하듯 붙이면 자신만의 사용법이 생기는 것이다.

최재규 공동대표는 “스크래치로 코드를 짜면 다양한 사용법을 앱으로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모아 앱장터를 열면 IoT 생태계가 된다”고 말했다.

최형욱 공동대표는 “루미스마트는 플랫폼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본보기 제품”이라며 “IoT 생태계를 위한 시도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개당 199달러(약 21만원)인 루미스마트는 4월11일까지 5만달러(약 5400만원)를 모금받아 주문 제작할 예정이다.

◆“제조사 살리는 IoT 플랫폼 만들 것”

매직에코는 2012년 8월 창업했다. 이 회사는 대학생이나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창업자가 만든 벤처기업이 아니다. 탄탄한 기술적 배경을 갖춘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이 IT 흐름을 고려해 만든 회사다. 최형욱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소와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했으며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로 잘 알려졌다. 최재규 대표는 삼성SDS에서 스마트TV와 삼성리눅스플랫폼(SLP)을 개발했으며 구글기술사용자모임(GTUG) 운영자도 지냈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도 공동 창업자다.

최형욱 대표는 “국내에는 군소 제조사들이 굉장히 많은데 모바일 흐름에 어떻게 올라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모바일, 인터넷과 결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