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 <한경DB>
초기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 <한경DB>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타이젠 연합(Tizen Association)이 개발한 타이젠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 비공개를 두고 시장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는 타이젠폰이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전날 오후 3시 타이젠 연합이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타이젠 리셉션(Tizen Reception)'을 개최했지만 실물 공개는 없었다.

이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무성했다.

지난해 11월 타이젠 연합이 MWC2014 초대장을 발송하자 국내·외주요 매체들은 상용화 단계 타이젠폰 공개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해부터 OS 완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두차례나 공개를 연기했던 탓이었다. 1년 전 MWC 2013에서 별도 행사를 열고 타이젠 2.0 스마트폰을 시연했고, 타이젠을 탑재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국내 전파인증까지 통과했던 터였다.

■ 지난해 MWC2013에서 공개된 타이젠 2.0 스마트폰 시연 동영상


◆ NTT도코모 "타이젠 죽지 않았다"…삼성전자 "출시 아직 일러"
삼성전자 IM부문장 신종균 대표는 23일(현지시간) 'Mobile World Congress 2014(이하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IM부문장 신종균 대표는 23일(현지시간) 'Mobile World Congress 2014(이하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일본 NTT도코모 마케팅담당 임원인 스기무라 료이치 타이젠 연합 의장은 리셉션 간담회에서 "타이젠이 죽었다는 말을 두번이나 들었지만 결고 죽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최고의 사용자 경험과 선택권을 줄 수 있는 타이젠폰 및 웨어러블 기기가 올해 본격 출시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료이치 의장은 올해 타이젠폰이 출시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개발한 타이젠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 장본인이 NTT도코모이기 때문. 아직 일본 시장이 iOS와 안드로이드에 이어 타이젠까지 품을만큼 크지 못하다는게 그 이유였다.

올해 MWC에 첫 선을 보인 타이젠 제품은 예상 외로 스마트폰이 아닌 삼성전자의 스마트 손목시계 '삼성 기어2'였다. 구글 안드로이드 및 애플 아이오에스(iOS) 양강 구도 탈피를 외치며 새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개발됐지만 데뷔작은 스마트 시계였던 셈이다.

타이젠연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NTT도코모 간 '타이젠' 공조에 금이 간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듯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대표는 타이젠폰 출시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타이젠 리셉션 직후인 오후 7시 바르셀로나 현지 삼성전자 기자간담회에서 신대표는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는 아직 이르지 않나 싶다"며 "여러 상황이 좀 더 성숙해지고, 갖출 것은 더 갖춰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기어2' 예상 깬 타이젠 탑재… 삼성전자 독자행보 가속화?
삼성전자가 'MWC 2014'에서 첫 공개한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모습.
삼성전자가 'MWC 2014'에서 첫 공개한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모습.
삼성전자가 타이젠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예측이 이어졌다. 이번 MWC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후속작 '기어2' OS가 타이젠이었다는 점이 최대 근거다. 타이젠폰 출시 이후 혹은 동시에 타이젠 웨어러블을 공개하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기어 후속작 메인 모델은 여전히 안드로이드 기반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능이 제한적인 웨어러블 특성상 스마트폰과의 사용성 연계 및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요 모델인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 스마트폰도 전부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특히 올해 MWC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차기작 '갤럭시S5'에도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4.4 '킷캣'이 탑재됐다.

호환성 및 안정성, 소비자 사용성 측면에서 안드로이드 '기어2'가 안전한 선택이지만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기어2'에 대해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독립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웨어러블 편리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었다. 이름도 종전 '갤럭시 기어'에서 스마트폰을 상징하는 '갤럭시'가 빠진 '기어'로 짧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타이젠폰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삼성 독자행보가 감지되면서 타이젠 생태계가 영글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조만간 타이젠폰도 독자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멀티 OS 전략을 기반으로 타이젠 연합 초기부터 참여해왔다. 지난해 타이젠 기반 미러리스 카메라 'NX300'을 출시한 데 이어 스마트 TV에도 타이젠 탑재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타이젠 기반 '기어2' 발표로 타이젠 상용화를 홀로 이끄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타이젠을 탑재한 '삼성 기어2'를 통해 향후 웨어러블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연동해 나가는 전략"이라며 "차원이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됐다"고만 설명했다.

타이젠 연합은 지난 2월 중순 일본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를 비롯해 아큐웨더, 아크로디아, 클라우드스트리트, 사이버라이트닝, 딘아길리티, 게임빌, 인사이드 시큐어, 익소노스, 노모복, 피시소프트, 레드 벤드 소프트웨어, ZTE 등 15개사가 신규로 가입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리셉션에는 연합 회원사와 협력사, 언론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