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3’. 소니와 파나소닉은 UHD(초고화질) TV를 대대적으로 전시한 반면 삼성과 LG는 구색맞추기용 몇 개 제품만 선보였다. 고해상도(풀HD) 콘텐츠도 충분치 않은 마당에 이보다 해상도가 4배나 높은 UHD TV 상용화는 한참 멀었다는 판단에서였다.

[단독] 디스플레이 업계 "UHD 패널 선두탈환" 전쟁
하지만 UHD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형성되기 시작했다. 일본과 중국, 대만이 UHD 패널 생산을 늘려 TV 값을 뚝뚝 떨어뜨려서다. 결국 삼성전자는 소니보다 몇 개월 늦은 작년 7월 UHD TV를 시장에 내놓았고, 작년 말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TV에 이어 올 들어선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UHD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삼성, LG디스플레이는 올해 UHD 패널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0~30배씩 늘려 시장을 장악할 계획이다. 대만에 비해 한 발 늦었지만, 빠르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UHD 패널 생산량은 42만9000장으로 작년 4분기 13만5000장보다 세 배 이상 많다. 삼성은 2분기에는 1분기의 두 배인 105만장, 3분기부터는 150만장대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전체로 보면 작년 20만장이었던 UHD 패널을 460만장으로 23배나 늘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60인치 이상, 곡면 등 프리미엄 제품뿐 아니라 보급형 등 풀라인업을 통해 UHD 패널 판매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1분기 생산량을 작년 4분기(6만3000장)보다 네 배가량 늘린 26만9000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3분기부터는 분기 생산량이 110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패널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UHD TV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올해 패널 수요가 작년보다 8배나 많은 2509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매출로 보면 지난해보다 5배 이상 성장한 121억달러에 달해 전체 TV용 패널 시장의 4분의 1(26.3%)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UHD 패널이 주로 50인치 이상인데다 단위 면적당 가격도 일반 LED(발광다이오드) 패널에 비해 비싸서다.

한국 업체들이 UHD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패널 시장에선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9.8%와 4.6%에 불과했던 삼성과 LG디스플레이의 UHD TV 패널 점유율은 올 4분기엔 각각 19.3%, 13.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작년 4분기 66.5%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던 대만 이노룩스는 올 4분기 32.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의 UHD 패널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대만의 40% 선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는 UHD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가 1, 2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