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봉숭아학당' 금융 발전 민관 TF
“싹수가 노랗습디다.”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지난달 24일 열린 ‘제1차 금융서비스업 발전 민관 합동 TF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회의에선 이세훈 금융정책과장이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준비한 연설문을 30여분간 느린 어조로 읽어 나갔다. 관계부처 합동회의였던 터라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의 국장급 참석자들도 순서대로 한마디씩 보탰다. 마지막으로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은 박대근 한양대 교수가 “수요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등의 각오를 밝혔을 때 이미 예정된 70분이 거의 지나고 있었다. 참다 못한 강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이 “이런 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 태스크포스(TF)는 박근혜 대통령이 올초 금융을 포함한 5대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뒤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간의 의견을 들은 뒤 필요한 조치를 부처 간 협력을 통해 풀어 나가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구성원을 보면 ‘민관 합동’이란 말이 무색하다. 민간위원 9명 가운데 5명은 대학교수이고, 3명은 금융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단체 소속이다. 나머지 한 자리는 대한변호사협회 몫으로 배정됐다. 정작 금융투자업계 대표는 없다.

박 대통령이 금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천명한 것은 제조업에서 삼성, 현대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사이 한국 금융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3%에 불과했다. 은행들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2%로 지난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CIMB가 15.7%의 ROE를 낸 것을 비롯해 호주 맥쿼리 8.35%, 중국 GTJA 10.1%, 일본 노무라 21.49%, 골드만삭스 9.93%(이상 작년 3분기 기준) 등과 비교해 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각계 전문가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의 총의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민관 합동 TF는 관(官) 주도로 흘러 요식행위처럼 돼 버렸다. 지금이야말로 영국의 왕립위원회처럼 진정한 의미의 민관 합동 기구가 필요하다. 중(관료)이 제 머리(규제)를 깎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