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바스네초프의 ‘하늘을 나는 카펫’(1880, 니즈니노브고로드 미술관)
빅토르 바스네초프의 ‘하늘을 나는 카펫’(1880, 니즈니노브고로드 미술관)
러시아인들 앞에서는 ‘하늘을 나는 카펫’ 이야기가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온 거라고 얘기하지 마시라. 러시아 민담에서는 숲속의 마귀 바바야가가 바보 이반에게 내린 신비로운 선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보 이반은 러시아 민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직하고 순박한 캐릭터다.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두 형의 질투로 늘 곤경에 빠지지만 결코 형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러시아 화가 빅토르 바스네초프(1848~1926)의 ‘하늘을 나는 카펫’은 그런 바보 이반을 카펫을 타고 경이로운 모험에 나서는 도전적인 인물로 그렸다. 앞뒤 재고 따지다 기회를 놓치는 천재보다 바보 같은 우직함이 러시아 근대화의 주역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