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에 지난해 입사한 정현이 씨(왼쪽)와 강민혁 씨가 여의도 본사 1층 지구본 앞에 섰다. 정씨는 ‘수은 고시’를 자신만의 무기를 내세워 단 한 번에 합격했고, 강씨는 수은 EDCF 스펙초월 전형에 합격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수출입은행에 지난해 입사한 정현이 씨(왼쪽)와 강민혁 씨가 여의도 본사 1층 지구본 앞에 섰다. 정씨는 ‘수은 고시’를 자신만의 무기를 내세워 단 한 번에 합격했고, 강씨는 수은 EDCF 스펙초월 전형에 합격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개인 고객도 통장도 없는 ‘수상한 은행’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수출기업들의 성공적 해외 진출을 위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아프리카·동남아 국가의 도로·전력·보건·교육 등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저금리로 지원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북한 식량과 비료, 경의선 철도사업 등 남북 교류·협력 지원사업에도 앞장서 ‘통일에 기여하는’ 곳이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다.

이 은행은 해외 금융기관과 국제기구 및 정부가 주요 파트너다. 개인고객은 한 명도 없지만 지난해 금융지원 규모는 74조원에 달했다. 수은이 25일까지 청년인턴 110명을 모집 중이다.

수은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수은 잡인터뷰’에 동행한 대학생 5명과 함께 여의도 수은 본사 투어를 했다. 그 흔한 은행 창구 하나 안 보였다. 일반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수은의 신입사원들은 ‘대한민국과 세계의 연결고리역을 맡은 글로벌 금융인재’였다.

탈북자 돕다 입사한 ‘수상한 남자’

대학 시절 그는 보육원생들의 멘토였다. 주말엔 서울역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봉사를 자청했다. 북한이탈 청소년들에겐 ‘따스한 형’이기도 했다. 졸업 뒤에도 친구들이 입사 원서를 쓸 때 그는 국제 난민 비정부기구(NGO) ‘난민들의 피난처’에서 1년간 일했다. 지난해 하반기 수은 대외협력기금(EDCF)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강민혁 씨(28·서울시립대 경제학 졸업)의 스토리다.

강씨는 “탈북자·노숙인·난민들의 살길을 찾아주는 게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며 “졸업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100살까지 살 건데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은 EDCF 인턴을 거쳐 하반기 스펙초월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수은은 작년 하반기 처음으로 EDCF와 남북경협기금 분야에 스펙초월 전형을 통해 각각 3명과 2명을 뽑았다.

인턴기간 중 강씨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수은 사무소에 3개월간 파견됐다. “낙후된 아프리카 국가에 어떤 원조가 가장 효과적일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국제기구들의 원조를 통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은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수은의 개발협력분야 입사와 관련, 그는 우선 필기시험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수은의 EDCF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서술형에서 고득점을 받는 비결입니다. 여기에 국제 개발협력 분야의 역사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어요. 수은 홈피의 ‘수은 발간자료’를 참조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강씨는 지난해 12월30일 입사해 중남미·아프리카부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우선 국내 최고의 아프리카 경제협력 전문가가 되고 20년 뒤에는 유·무상 국제 개발원조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단권화’ 비법으로 단번에 합격

그는 그렇게 어렵다는 ‘금융 공기업 고시’를 한 번에 통과했다. 그렇다고 행정고시나 공인회계사를 공부한 고시생도 아니었다. 단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금융·경제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으로 진학한 경제학도였다. 지난해 상반기 수은에 입사해 9개월 된 정현이 씨(26·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얘기다. 지금은 발전산업금융부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의 공부비법은 ‘나만의 단권화 노트 정리’였다. “한 권의 기본서를 토대로 단권화 작업을 했어요. 모르는 테마는 나만의 노트 정리를 했습니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탐독하면서 현실 경제와 교과서의 이론경제를 어떻게 연결시킬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시험을 한 달 앞두고는 고시 기출문제로 보완했죠.”

수은의 입사과정은 서류-필기-실무·임원면접으로 진행된다. 잡인터뷰에 동행한 대학생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묻자 정씨는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수은 입사를 위한 스토리메이킹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은 입사에 한문자격증을 적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원 논문 주제가 ‘녹색금융’이었어요. 부가가치가 높고 외부효과가 크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기업은 신용이 낮고 리스크가 커 금융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입행 후 녹색금융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썼어요.”

필기 합격자에 한해 면접 전 토익스피킹과 영어 필기시험을 별도로 실시한다. 이후 실무면접은 하루 동안 수은 용인인재개발원에서 이뤄진다. 개별 프레젠테이션(PT), 집단토론, 팀과제가 주어진다. 개별 PT는 일반주제에 대해 2분 발표시간을 주고, 3분간 3명의 면접관이 질문하는 형태다. 정씨는 “지원동기와 가치관, 취미 등이 주제였다”며 “필기에 합격했기에 지식보다는 태도와 논리적 답변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찬반 토론은 상대를 어떻게 설득하는지가 키포인트다. 그는 “상대를 무시하고 너무 자기 주장만 펼치거나 아예 입을 닫는 모습, 엉뚱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의 팀프로젝트로는 수은을 대표할 스포츠종목, 수은의 사회공헌 분야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팀원들의 평가도 당락에 주요한 요소가 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