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대표가 갤러리 AG에서 개인전을 연 신진 화가 이세준 씨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어진 대표가 갤러리 AG에서 개인전을 연 신진 화가 이세준 씨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햇병아리’ 화가지만 장차 박수근, 이중섭 같은 거장이 될지 누가 알아요. 회사 수익 일부를 투자해 ‘미술계의 김연아’를 발굴하는 데 힘쓸 겁니다.”

갤러리나 문화기업 경영자 얘기가 아니다. 16년째 안국약품을 이끌고 있는 어진 대표(50)의 말이다. 서울 대림동 안국약품 사옥 1층에 ‘갤러리 AG’를 7년째 운영 중인 어 대표를 최근 만났다.

매년 2억원가량의 예산을 갤러리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는 어 대표. 먼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유망 신진 화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이는 단순한 문화사업이 아닙니다. 앞으로 기업 경영에서 미술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술적인 디자인과 문화적인 감각이 경영에 접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거죠.”

어 대표가 회사에 갤러리를 차린 건 2008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술 시장도 얼어붙었던 당시 회사 1층 명당자리에 무료 커피 자판기를 갖춘 100㎡ 규모의 화랑을 개관했다. 김미랑·이세준 씨 등 20여명의 신진 작가도 배출했다.

어 대표는 부친인 안국약품 창업주 어준선 회장(76)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부친이 서예에 조예가 깊으셨어요. 정성 들여 한 획 한 획 긋는 붓글씨를 어깨너머로 배웠고요. 대학시절 서예를 통해 문화에 눈을 떴는데 아무래도 젊으니까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그는 틈날 때마다 미국 유럽 등의 유명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미술품 감상법, 전시 기법, 미술 트렌드를 익혔다. 미술품 전시와 휴식 공간이 결합된 형태의 색다른 화랑 운영 방식도 배웠다.

어 대표는 “미술과 제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알찬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회사 이미지도 높이고 싶다. 그리고 미술을 통해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약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담긴 의약품을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미술 마케팅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젊은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작년에는 2009년 공모에 당선된 김미랑 씨의 작품 이미지를 서류 파일에 처음 적용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점차 약품 포장지에도 화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어 대표는 1998년 34세의 나이에 대표에 올라 당시 제약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로 화제가 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