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6·4선거 '朴心 마케팅' 논란…주요지역서 친박·비박간 갈등…당내 분열 '뇌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주요 지역 후보자 간 신경전이 높아지는 가운데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친박(친박근혜계)과 비주류 세력 간 기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박심=무(無)심’이라며 애써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후보는 스스로 사실 관계가 불명확한 ‘박심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심 논란이 지방선거 공천 및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리며 계파 갈등을 고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박심 논란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청와대와 친박 지도부가 박원순 현 시장에게 맞설 대항마로 김 전 총리를 낙점했다는 내용의 얘기가 돈 것.

박심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김 전 총리는 “어느 계파에 의존해 출마를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경쟁 후보인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발끈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박심 마케팅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선거 필패를 가져오는 행위”라며 “이런 일은 친박과 비박을 나누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지난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와 거친 설전을 벌인 근본적인 이유도 박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친박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라는 게 정 의원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시장을 놓고도 박심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인천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상수 전 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후보들 중에 대통령을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25일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학재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친박 핵심으로 ‘대통령과 통하는 시장’이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도 박심을 놓고 선후배 의원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재선의 박민식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쟁자인 4선의 서병수 의원을 향해 “있지도 않은 박심을 아전인수 격으로 홍보하지 말고 당당히 경선에서 경쟁하자”고 공격했다.

서 의원은 최근 펴낸 책에서 “대통령 취임식 며칠 뒤 박 대통령을 만나 ‘부산시장에 도전하겠다”고 얘기하니 박 대통령이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지요’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당내에서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지역에서 박심 논란이 일면서 당내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