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김주하 농협은행장, 9년째 매일 새벽 3시30분에 기상…신문·역사책 보며 조직운영의 묘 찾아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10년 가까이 매일 새벽 3시30분이면 기상한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조간신문을 가져와 15분가량 그날의 뉴스를 읽는다.

김 행장은 그 후엔 역사 공부를 한다. 매일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1시간가량 주로 역사책을 읽는다. 서양사와 동양사, 한국사 등 지역별 역사는 물론 석유 역사, 종교 역사, 음식 역사, 목욕 역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금융은 ‘사람 장사’인데, 이를 위해선 역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김 행장이 역사 공부를 통해 얻는 교훈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500년 전과 100년 전, 50년 전과 10년 전, 5년 전과 1년 전 모두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행장은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며 조직 운영의 묘를 찾는다. 그가 얻은 해답의 하나는 ‘망하는 조직은 반드시 내부에서부터 곪는다’는 것이다. 김 행장이 올초 은행장에 취임한 뒤 내부 통제를 강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 공부를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 행장은 읽은 것 중 좋은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정리해 교육용 자료로 만든다.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김 행장 사무실에는 그가 직접 만든 역사 자료가 두꺼운 책 5권은 족히 될 만한 높이로 쌓여 있다.

김 행장은 이처럼 매일 역사 공부를 마치고 새벽 5시께면 집을 나선다.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집 근처에서 ‘속보(速步)’를 한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김 행장은 요즘같이 일출이 늦은 겨울철에는 홍제천을, 봄부터 가을까지는 집 뒤에 있는 인왕산을 찾는다. 10년 이상 ‘빨리 걷기’를 하다 보니 자신이 100m를 얼마 만에 걷는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55초에서 57초에 걷는다고 한다.

이렇게 매일 한 시간여 동안 6~7㎞가량을 걸으며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 등을 떠올리며 미리 일정을 챙기는 것이다. 어지간한 고민도 걸으면서 대부분 해결한다. 그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6시. 아침 식사 후 7시께 출근한다.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그의 ‘새벽 기상’은 어김이 없다.

김 행장이 매일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게 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금융기획부 부부장이 되면서 6시40분까지 출근해야 했고, 그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김 행장의 귀가 시간은 보통 밤 8~9시. 회식 자리에서도 2차는 안 간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0시에서 11시 사이다.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 안팎이다. 모자란 잠은 점심식사 후에 조금씩 보충하기도 한다.

김 행장에게 ‘늦잠 자는 사람이 미련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람마다 사이클이 다릅니다. 일찍 일어나는 게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죠. 자신에게 가장 맞는 사이클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