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사장을 위한 흑자(黑字)의 교과서’. 지금 이 순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듯싶다. 저자인 모리오카 씨는 재무 컨설턴트로 주로 중소기업을 담당해 왔다.

제목이 ‘교과서’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들의 나열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라면 가슴이 뜨끔할 대목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의 종합판이다. 기업 경영자가 한 번쯤 스스로를 냉정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저자는 ‘흑자’ 회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소로 ‘경영자의 마음가짐’을 꼽는다. 그리고 여러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사(公私)의 뚜렷한 구분’. 경리 담당자의 입에서 “사장은 경비를 마음대로 써서 좋겠다”는 푸념이 나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다.

저자는 경비 자체의 규모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장이 가족여행비를 경비로 처리하거나 친구들과의 회식비를 회사에 청구하고, 개인용 컴퓨터를 불필요하게 자주 바꾸면 그 회사는 이미 적자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저자는 “사장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사원에게는 엄격한 건 아닌지 항상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적자를 내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두드러지는 특징을 정리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회사 경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외부 회의나 공부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의 사례다. 외부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시야를 넓히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건 회사가 잘 나갈 때의 얘기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적자 회사의 경영자 특징이다. 회사 경영이 기울수록 한때 대박을 쳤던 상품이나 서비스에 집착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고갈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적자 탈출에 필요한 경영자의 마음가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제시했다. “적자는 경영자의 책임, 흑자는 사원과 거래처 그리고 고객의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실적 개선은 없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