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처리 빨라진다
개인회생 전담 법관 제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처음으로 신설됐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이 급증한 데 따른 조처다. 이에 따라 최종 인가까지 6개월~1년까지도 걸리던 처리 기간이 1~2개월 앞당겨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회생 사건 처리 기간이 단축되는 등 절차가 일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파산·회생 절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파산법원을 별도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회생 전담 법관 첫 신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 24일자 정기인사에서 개인회생 전담 법관 제도를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개인회생 단독만 전담하는 법관은 없었고 파산부의 평판사 대부분이 개인회생 단독과 법인회생 합의부 배석을 겸직해 왔다. 부장판사들은 합의부 재판장을 맡거나 수석 부장판사의 재판부가 담당하는 큰 사건에 배석해 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금까지 평판사 20명 가운데 공보 기획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을 제외한 12명에게 개인회생 단독 및 합의부 배석을 겸직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정기인사에서 12명 가운데 2명은 개인회생 단독 사건만 전담해서 처리하도록 업무 분장했다. 또 판사 1명을 외부에서 충원해 개인회생 단독 사건만 처리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개인회생 단독 사건을 전담하는 법관이 3명 생겼다.

파산부가 개인회생 전담 법관직을 신설한 것은 중산층의 개인회생 신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 수는 2009년 8663건에서 지난해 2만5234건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10만5885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파산법원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법원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는 기간이 단축되는 등 절차상 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민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공보판사는 “도산법에 따르면 개인회생은 신청부터 개시 결정까지의 절차를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며 “개인회생 전담 법관들이 전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산부 판사들에 따르면 전담법관제 신설로 종래 신청에서 최종 인가까지 6개월~1년가량 걸렸던 처리 기간이 1~2개월 정도빨라질 전망이다.

이번 조직 개편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회생·파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판사들이 개인회생 단독과 법인회생 합의부 배석을 모두 했어도 실질적으로는 업무 시간의 90% 정도는 개인회생에 투자했다”며 “합의부 사건에 투자했던 나머지 10%를 개인회생에 마저 투자한다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도산법개정위원회 위원장인 임치용 태평양 변호사는 “파산·회생 사건은 특허·행정 사건처럼 전문적이고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만큼 지방법원 파산부가 아닌 별도 파산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파산법원은 전국의 도산 관련 사건에 기준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는 법관의 산술적 합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