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정부 신뢰 높이는 첩경은 '성공 인사'
동일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복수의 정책결정자들이 동일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한 다음 그 효과를 측정하는 가상 실험을 해 보면 어떨까.

같은 조건이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신뢰를 받는 사람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둘 테고, 같은 성과를 내는 데 드는 비용도 신뢰도가 높은 쪽이 적게 들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다. 상식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도 적용된다.

동일한 정책 대상 집단이라 하더라도 신뢰 높은 정부가 수립, 시행하는 정책에 더 잘 순응할 것이라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 정부가 처하게 되는 정책 환경은 복잡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신뢰받는 정부가 더 나은 정책을 더 효과적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제는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리에 속한다. 정부 정책의 성패는 신뢰자산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인데, 정부의 신뢰자산을 늘려 나가는 게 국정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의 신뢰자산은 무엇보다 각 부처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공직에 요구되는 역량을 갖추고 청렴성에도 흠이 없는, 그리고 높은 평판을 쌓은 인재를 찾아 쓴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부 신뢰자산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평판의 핵심은 신뢰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신뢰도가 높은 인재들은 신뢰를 자산으로 삼아 훨씬 더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취지와 목표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홍보나 설득, 집행, 갈등 극복 등에 드는 비용은 줄어들고 정부 신뢰가 정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성공적인 정책 수행이 가능해진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단순한 논리모델이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야당은 인사청문 같은 제도를 통해 인사 초기단계에서부터 공직후보자의 비전이나 역량, 청렴성을 물고 늘어져 그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애를 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서 권한을 행사해 정부의 신뢰자산을 손상시키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국민을 시청자로 하는 무대에서 이뤄지는 대의정치란 으레 그렇다고 하겠지만, 정치 경쟁을 통해 정부 신뢰를 깎아내리는 행태가 정당화되고 용인되며 또 정부 예산을 들여 그런 정치 경쟁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게 아니라 그래야 한다. 이유가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전횡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부합한다. 또 그렇게 해야만 잘못된 인사에 따른 후환을 방지할 수 있다. 국정이 실패하면 야당에는 기회일지 몰라도 주권자인 국민에게는 크나큰 피해와 상처를 줄 공산이 크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부 인사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인사에 대한 야당의 견제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인사 실패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정도와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 또한 그런 견제 과정을 일종의 리스크 회피 활동으로 국민을 위한,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위한 준비단계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신뢰자산에 보탬이 될 역량과 자질, 청렴성을 갖춘 인재를 등용한다면 인사청문은 물론이고 그 어떤 견제와 시비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을 통과한 조희대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는 이런 공직 인사제도 아래서 정부가 유념해야 할 귀중한 수칙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다.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아 개각설이 나돈다. 잘한 일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친 일도 있었지만 늘 인사가 문제였다는 중론이다.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정부 인사가 정부의 신뢰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향후 성공적인 국정수행이 가능하다.

홍준형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joonh@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