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이 일어났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과 기재부가 배포한 담화문 참고자료상의 실행과제에는 기재부가 기존에 발표한 보도자료 초안 상의 과제 100개 중 44개가 빠져 있었다.

기재부는 19일 3개년 계획 보도자료 초안을 기자단에 배포하고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이를 토대로 사전 브리핑을 했다.

기재부는 21일에 100개 실행과제 등이 담긴 300페이지 상당의 세부 보도참고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최종본 자료는 최종 발표 당일인 25일까지도 언론에 배포되지 않았다.

결국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이 담화 직후에 기재부게 내놓은 참고자료만 3개년 계획의 실행과제가 되다 보니 지난주에 기자단에 제시한 보도자료 초안 상의 실행과제 44개가 사라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쇄신안, 보조금 개혁안,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병행수입 활성화 방안, 코스닥 시장과 거래소 분리안,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 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이 없어졌다.

통일 관련 부분의 내용도 거의 모두 바뀌었다.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에 포함됐던 한국판 싱가포르 프로젝트도 지워졌다.

기재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100개 항목의 3개년 계획 과제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의견이 있어 다른 부처와 조율이 필요했다"면서 "25일 오전까지 제외할 부문을 확정하지 못해 내용 변경을 사전 고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종안에서 빠진 내용이 언론에 제시간에 전달되지 않으면서 언론사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카지노업)와 건설관리공사(감리업)는 매각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초안에 포함됐다가 대통령 담화문과 참고자료에 관련 내용이 정확히 명기되지 않았다.

이 영향으로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주가는 이날 오후 7% 가까이 급등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화문에 있는 것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할 사항이며 이 계획 과제에서 빠졌더라도 부처의 일반 정책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3개년 계획에 새로운 내용을 담으려는 기재부의 요구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간 실행과제들도 있는데, 이런 과제들은 3개년 계획에서 빠지면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