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눈] '경제혁신 3년' 벤처 4조원 수혈…'2차 코스닥 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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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창업, 성장, 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는 혁파해 나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벤처업계 지원에 3년간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창업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다.
코스닥시장이 과거 벤처붐 시절처럼 활황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 '제2의 벤처붐'…정부 의지 긍정적
최초의 벤처붐은 1997년께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 기술에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수많은 벤처업체들이 탄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벤처기업이 주목되면서 정부의 지원도 쏟아졌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 특별조치법과 1998년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벤처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때 출범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도 눈부셨다. 1998년 600대에 머무르던 코스닥지수는 2000년에는 3000선에 육박하며 2년만에 5배 급등했다.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고 의지를 보인 최근 상황은 당시와 유사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이 시기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3개년 계획 발표 후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상무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벤처업계가 아직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회사들이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국내에도 모멘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이나 서비스, 보안 등과 관련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춘 벤처회사들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띄는 추세"라고 밝혔다.
벤처업계가 활성화되면 코스닥시장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업체들의 코스닥 기업공개(IPO)가 활발해지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 부양이 이뤄진다면 과거처럼 '코스닥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벤처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고 투자 수급과 관련된 정책도 나오고 있어 코스닥에 긍정적"이라며 "창조경제와 관련한 중소형주 중심으로 코스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벤처투자 '엑시트'가 먼저 보장돼야
다만 '제2의 벤처붐'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업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 회수(엑시트)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해,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 현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자금 회수는 50%가 M&A, 50%가 IPO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는 M&A를 통한 회수는 1%에 불과하고 IPO 비중도 18%에 그치고 있다. 대신 상환이나 장외매각 등의 비중이 6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모바일 시장 성장세를 타고 관련 업체에 대한 소규모 M&A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IPO와 M&A를 통한 엑시트 구조가 성립돼야 그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나오고, 다시 벤처 붐이 일면서 더 많은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코스닥 완전 분리는 무산…차별화 방안 주목
얼마 전부터 논의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분리 방안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벤처업체들의 코스닥 상장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중심의 한국거래소 체제 하에서는 어렵다는 것.
현재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05년 증권선물거래소와 합쳐져 거래소 산하 코스닥 시장본부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기존 코스피 시장과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거래소의 순환인사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을 담당하던 사람이 코스닥시장도 담당하게 되는데, 거래소가 보수적인 '코스피 마인드'로 코스닥에 접근하면 벤처업체들의 역동성과 스피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코스닥의 완전 분리 방안이 제외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운영과 관련해서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시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벤처·중소기업 시장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실질적인 분리·운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경영과 인사를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상장 시 기업의 외형 조건보다 성장성이나 경영진의 신뢰성 등 질적 심사 조건을 더 강화하는 방안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김다운·이민하 기자 kdw@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벤처업계 지원에 3년간 4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창업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고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다.
코스닥시장이 과거 벤처붐 시절처럼 활황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 '제2의 벤처붐'…정부 의지 긍정적
최초의 벤처붐은 1997년께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시작됐다. 인터넷 기술에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수많은 벤처업체들이 탄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벤처기업이 주목되면서 정부의 지원도 쏟아졌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 특별조치법과 1998년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업고 벤처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때 출범한 코스닥시장의 상승세도 눈부셨다. 1998년 600대에 머무르던 코스닥지수는 2000년에는 3000선에 육박하며 2년만에 5배 급등했다.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고 의지를 보인 최근 상황은 당시와 유사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1990년대 후반의 인터넷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이 시기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3개년 계획 발표 후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가 환영의 뜻을 밝히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상무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벤처업계가 아직 침체된 분위기였는데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회사들이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국내에도 모멘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이나 서비스, 보안 등과 관련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춘 벤처회사들이 새롭게 생겨나면서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띄는 추세"라고 밝혔다.
벤처업계가 활성화되면 코스닥시장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업체들의 코스닥 기업공개(IPO)가 활발해지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 부양이 이뤄진다면 과거처럼 '코스닥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벤처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고 투자 수급과 관련된 정책도 나오고 있어 코스닥에 긍정적"이라며 "창조경제와 관련한 중소형주 중심으로 코스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벤처투자 '엑시트'가 먼저 보장돼야
다만 '제2의 벤처붐'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업 뿐만 아니라 투자자금 회수(엑시트)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해,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 현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자금 회수는 50%가 M&A, 50%가 IPO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는 M&A를 통한 회수는 1%에 불과하고 IPO 비중도 18%에 그치고 있다. 대신 상환이나 장외매각 등의 비중이 6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모바일 시장 성장세를 타고 관련 업체에 대한 소규모 M&A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IPO와 M&A를 통한 엑시트 구조가 성립돼야 그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나오고, 다시 벤처 붐이 일면서 더 많은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코스닥 완전 분리는 무산…차별화 방안 주목
얼마 전부터 논의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분리 방안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벤처업체들의 코스닥 상장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중심의 한국거래소 체제 하에서는 어렵다는 것.
현재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05년 증권선물거래소와 합쳐져 거래소 산하 코스닥 시장본부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기존 코스피 시장과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거래소의 순환인사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을 담당하던 사람이 코스닥시장도 담당하게 되는데, 거래소가 보수적인 '코스피 마인드'로 코스닥에 접근하면 벤처업체들의 역동성과 스피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코스닥의 완전 분리 방안이 제외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의 운영과 관련해서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시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벤처·중소기업 시장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실질적인 분리·운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안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경영과 인사를 실질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상장 시 기업의 외형 조건보다 성장성이나 경영진의 신뢰성 등 질적 심사 조건을 더 강화하는 방안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김다운·이민하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