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앞길, 명소 찾아가 봤더니 … 곳곳에 먹는 재미,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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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일대는 졸업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숙명여대로 가는 길목엔 졸업 꽃다발을 파는 노점들이 줄 지어 있었다. 학생들이 아쉬움과 설렘 가득한 얼굴로 가족 및 친구들과 졸업의 기쁨을 나눴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를 나와 갈월동 지하차도를 지나면 횡단보도와 길 건너편에 뚜레주르가 나타난다.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틀면 줄지어 늘어선 기사식당 사이에 '쌍대포 소금구이'가 있다.
몇 해 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돼지 껍데기를 구워먹던 곳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고기를 먹던 명소로 입소문을 탄 소문난 맛집이다. 1980년 대를 연상시키는 꾸미지 않은 내부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가게 벽면에는 '에덴의 동쪽', '꽃보다 남자' 등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포스터와 연예인들의 사인이 붙어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들렀으나 가게 안은 손님들로 빼곡했다. 육즙이 풍부한 두툼한 생고기와 쫄깃한 껍데기가 일품이다.
쌍대포 소금구이를 나와 뚜레주르 옆으로 길게 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그때 그 호떡'이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호떡 가게다. 노점상에서 시작해 가게로 옮겨와 30년 넘게 청파동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30년 동안 거리 모습은 수 없이 변했지만 할머니의 호떡 맛만은 변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두툼한 야채 호떡이 별미다. 호떡 속에 카레향을 풍기는 당면과 야채가 버무려진 소가 꽉 들어차 허기를 달래준다. 달콤한 꿀 호떡과 야채 호떡이 주 메뉴다.
언덕길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갈래 길이 하나로 모인다. 저층의 건물들이 길을 따라 정겹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길게 이어지는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숙명여대가 보인다. 학생들의 푸른 졸업가운이 물결을 쳐 푸른 파도를 연상시켰다.
숙명여대 정문을 조금 더 지나면 '효창공원' 후문이 나온다.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을 둘러 나있는 산책로가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산책을 나와 가볍게 운동을 즐기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공원 북쪽 동산에는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삼열사 묘가 있다. 삼열사 묘소는 1946년 김구 선생에 의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김구 선생도 이곳에 안장됐다.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소도 있다. 효창공원 정문을 나서면 백범기념관과 효창운동장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효창공원을 한 바퀴 돌고 건너편 길을 따라 거슬러 내려갔다. 두 갈래 길에서 남영역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숙대 앞 명물 '와플하우스'가 있다. 와플과 딸기빙수가 유명하다. 곱게 간 얼음에 설탕에 절인 딸기가 듬뿍 얹어져 나오는 와플하우스의 딸기빙수는 한때 대학가에 딸기빙수 열풍을 일으킨 명물이다. 1989년에 문을 연뒤 20년이 넘도록 매일 따끈한 와플을 굽고 있는 청파동의 터줏대감이다. 여대 앞 답게 숙명여대 앞 길엔 카페도 많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도 많다.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그마한 개인카페들도 즐비해 이 길의 매력을 더한다. 모두 다 다른 특색 있는 얼굴을 한 카페들이 개성 있는 커피 향을 뽐낸다.
주택가 사이로 골목골목 위치한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 중 한 곳인 '프로기'는 올해로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갓 구운 따끈한 브라우니에 생크림을 얹어 나온다.
청파동은 예로부터 푸른 야산이 파도처럼 굽이쳐서 청파(靑波)라고 불렸다. 고려시대에 청파역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니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동네다. 오늘날에는 더 이상 푸른 야산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나지막한 언덕만은 여전하다. 숙대 앞 길엔 젊은 문화가 살아 숨쉰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