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69) 근로시간과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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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법정 근로시간이 2018년까지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1인당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을 낮추지 못하면 경영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면 임금을 낮추지 않더라도 될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률 제고 목적이 아니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장시간 근로가 남성에든 여성에든 ‘일-가정 양립’에 방해가 되고,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63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에 비해서는 50% 이상 긴 시간이다.
근면이 미덕이긴 하지만, 이렇게 길게 일하는 현실이라면 좀 짧게 일하는 것을 마다할 근로자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임금이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짧게 일하고자 하면 모르되, 법이 바뀌어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임금이 깎이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조합 등이 나서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이므로 고용을 확대하기는커녕 기존 인력 유지도 버거울 수 있다.
정부가 바라는 대로 근로시간은 줄이면서 고용은 늘고 개별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최소한 보전이 되려면 노동생산성이 증가해야만 한다. 노동생산성은 생산에 투입된 시간 대비 창출한 생산물의 가치를 뜻한다. 예컨대 근로자 한 명이 1년에 2000시간 일해서 6400만원어치를 생산했다면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만2000원이다. 노동생산성이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까닭은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해당 노동력이 창출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보다 높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가 비교하는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을 총 근로시간, 즉 1인당 1년간 근로시간에 근로자 수를 곱한 수치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2년 기준으로 시간당 29달러로, OECD 국가들 중 아래에서 여섯 번째 수준이다. 오래 일하지만 생산성은 높지 않은 최악의 조합이다.
노동생산성이 어떻게 하면 높아질지는 방법도 막연하지만, 알더라도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근로시간은 단축하겠다면서 임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이 늘어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여하간 근로시간 감축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기에 그것이 삶의 질 향상이나 국민 행복 증진 차원에서 바라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정부가 그 이상의 경제적 이점까지 바란다면 기업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률 제고 목적이 아니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장시간 근로가 남성에든 여성에든 ‘일-가정 양립’에 방해가 되고,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63시간이다. 멕시코에 이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에 비해서는 50% 이상 긴 시간이다.
근면이 미덕이긴 하지만, 이렇게 길게 일하는 현실이라면 좀 짧게 일하는 것을 마다할 근로자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임금이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짧게 일하고자 하면 모르되, 법이 바뀌어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임금이 깎이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조합 등이 나서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량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이므로 고용을 확대하기는커녕 기존 인력 유지도 버거울 수 있다.
정부가 바라는 대로 근로시간은 줄이면서 고용은 늘고 개별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최소한 보전이 되려면 노동생산성이 증가해야만 한다. 노동생산성은 생산에 투입된 시간 대비 창출한 생산물의 가치를 뜻한다. 예컨대 근로자 한 명이 1년에 2000시간 일해서 6400만원어치를 생산했다면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만2000원이다. 노동생산성이 임금 수준을 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인 까닭은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해당 노동력이 창출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보다 높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가 비교하는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은 국내총생산(GDP)을 총 근로시간, 즉 1인당 1년간 근로시간에 근로자 수를 곱한 수치로 나눈 것이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2년 기준으로 시간당 29달러로, OECD 국가들 중 아래에서 여섯 번째 수준이다. 오래 일하지만 생산성은 높지 않은 최악의 조합이다.
노동생산성이 어떻게 하면 높아질지는 방법도 막연하지만, 알더라도 하루이틀에 될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근로시간은 단축하겠다면서 임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이 늘어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여하간 근로시간 감축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기에 그것이 삶의 질 향상이나 국민 행복 증진 차원에서 바라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정부가 그 이상의 경제적 이점까지 바란다면 기업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