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6일 오후 2시22분

개인투자자들이 올 들어 LG전자 회사채와 지방공사채 등 신용등급 AA급 우량 회사채에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연 7% 이상 수익률의 고위험 채권에만 관심을 보였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거액 자산가들이 동양그룹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수익률보다 안전성에 크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결과로 해석했다.


○우량채 ‘쏠림’ 두드러져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회사채 상위 5개 종목 중 4개가 신용등급이 ‘매우 안전한’ AA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기를 끈 종목은 칼제11차유동화전문(신용등급 AA-)과 인천도시공사(AA+) 발행물로 각각 936억원과 74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중 대한항공 운임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칼제11차유동화전문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경우 개인 배정 물량이 판매 당일 대부분 매진됐다. 신용등급 대비 다소 높은 연 4%대 금리를 제공한 덕분이다.

발행이 잦은 편인 인천도시공사 역시 24일 65회차 채권(잔존만기 7개월, 연 3.3% 수익률)이 하루에만 74억원어치 팔리는 등 개인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우량 등급을 받은 강원도개발공사(AA+), 화성도시공사(AA) 채권도 순매수 상위 5곳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소매채권판매 담당자는 “지난달 LG전자 회사채에 이례적으로 개인이 몰릴 때부터 투자 성향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며 “발행회사 이름이 친숙한 우량 회사채이고 수익률이 4% 정도라면 예외 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회사채는 그동안 기관투자가 전용 상품으로 인식됐으나 지난 1월24일 발행 물량 일부가 곧바로 개인 손으로 넘어가면서 업계 화두가 되기도 했다. 만기별로 네 종류 전체 5000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이 중 약 55억원어치가 거액 자산가들 손에 넘어갔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를 끈 채권은 만기 10년짜리로, 연 4.43% 수익률을 제공했다.

○동양 학습효과·경기불안 영향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A급보다 BBB급 이하 고수익 회사채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1월부터 동양사태 직전인 8월 말까지 개인투자자 누적순매수 상위 5종목은 동양(8월 말 신용등급 BB), 두산건설(BBB+), 동부건설(BBB-), 동양시멘트(BB+), 동부CNI(BBB)였다. 모두 BBB급 이하면서 발행금리가 연 7%를 웃돈다는 게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만 순매수 금액이 1758억원에 달했던 동양과 703억원이었던 동양시멘트는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9월과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고수익에 이끌려 채권을 샀던 투자자 중 일부는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리는 피해를 입었다.

회사채시장 전문가들은 동양사태로 인한 충격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거액자산가들의 성향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국내 AA급 회사채는 부도 사례가 없다”며 “거액자산가 관점에선 수익률만 은행 예금이자보다 높다면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인한 경기 불안 역시 자산가들의 대기성 자금을 우량 회사채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