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점식 회장, 생전 700통 어머니 무덤에 묻고 300편 추가해 에세이 '어머니' 출간
‘아들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이 혼미한 지금도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내 아들” 하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가 물어보면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내 며느리”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아들인 것에 감사합니다.’

어머니 영전에 1000통의 감사 편지를 쓴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세무업계의 ‘감사 전도사’로 통하는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59·사진)이다. 최근 ‘부치지 못한 1000통의 감사편지’라는 부제를 단 에세이집 ‘어머니’를 출간한 박 회장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사실 즉흥적인 것이었어요. ‘감사운동 CEO’로 유명한 손욱 전 농심 회장과 허남석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이 함께하는 조찬포럼에서 감사 편지 1000통을 쓰겠다고 공언했지요. 뭔가를 실천하려고 할 때 소문부터 내고 보는, 나의 약속 실천법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작한 어머니를 향한 감사 편지가 700통쯤 됐을 때 치매를 앓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써놓은 700통은 어머니 무덤에 묻었다. 그리고 이후 300통을 더 썼다. 이를 한데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매일 다섯 가지씩 감사한 일을 적으면 3주 만에 뇌가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글을 읽고는 감사운동 전도사가 됐다는 박 회장. “2010년께 세무업계 상황이 참 안 좋았어요. 회사도 힘들었고요. 위기 돌파를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그런 기사를 보게 됐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감사·소통 경영’이 회사는 물론 제 인생까지 바꿔놓았습니다.”

박 회장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2010년 1월 전문직으로는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체로는 18번째로 가입했다. 2012년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회원들을 다수 유치한 공로로 ‘아너 소사이어티 대상’을 받았다. 또 2011년부터는 음악영재 지원단체인 성정문화재단을 돕는 성정태극후원회장을 맡고 있고, 같은 해 어머니 장례식 부의금 5000만원을 푸르메 재단 등에 통째로 기부하기도 했다.

“감사운동은 말 그대로 운동입니다. 헬스클럽에서 꾸준히 운동하면 몸이 좋아지는 것처럼 매일매일 감사한 일들을 적다보면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집니다. 단언컨대 자신은 물론 가족관계, 사회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감사운동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쓴 이 책이 박점식의 어머니가 아닌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찾고, 그 고마움을 느끼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