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체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점은 주목을 끈다. 기금운용본부를 연금조직에서 떼어내 공사체제로 분리하거나, 분할해 경쟁체제로 만드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장관의 인식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연금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이미 세계 3대 연금이다. 2022년 1000조원, 2034년엔 2000조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연금이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해도 200개가 넘는다. 우량기업의 1, 2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연금의 투자동향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출 수밖에 없다. 소위 ‘연못 속 고래’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 사회적 논란이 많은 것도 한국적 문제다. 기업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살아 있다. 기금 운용을 경쟁체제로 바꾸자는 주장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 연기금이나 거대 국부펀드와 비교하면 아직은 거대 국민연금이라고 부를 형편은 아니어서 잘못 분할할 경우 글로벌 위상만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주총 때만 되면 논란이 벌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지속할 수도 없다. 경쟁체제 전환 등 연금 지배구조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