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체크무늬 재판’으로 패션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영국 버버리와 LG패션 간 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LG패션의 손을 들어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버버리가 LG패션을 상대로 “‘버버리 체크’ 무늬를 사용한 셔츠의 제조·판매를 중단하고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 대해 △버버리에는 LG패션에 대한 제조·판매 중단 요구를 철회하고 △LG패션에는 버버리가 청구한 5000만원 중 3000만원을 지급하도록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사건은 종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장 민감한 사안인 제조·판매 금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LG패션에 유리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버버리는 LG패션이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 중인 ‘닥스’ 일부 제품 등이 자사의 체크무늬를 모방했다며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 당시 버버리는 “버버리 체크를 LG패션이 의도적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LG패션은 즉각 “체크무늬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디자인 요소”라고 맞받았다.

패션업계에선 만약 버버리가 이길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란 점에서 결과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싸움이 싱겁게(?) 끝나면서 버버리가 ‘무리수 소송’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버버리는 2006년 제일모직, 세정, 광원어패럴이 출원한 체크무늬 디자인에 대해 등록 무효 청구심판을 특허심판원에 냈다가 기각당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