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소집, 군기 잡은 공정위…대통령보다 무서운 '그림자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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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하라" 지도·지침·권고 난무
기부채납 지자체장 맘대로 "지방선 80~90%까지 요구"
환경지침 내세워 공장 불허…지자체 '인허가 횡포'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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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 지자체장 맘대로 "지방선 80~90%까지 요구"
환경지침 내세워 공장 불허…지자체 '인허가 횡포' 기승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 임원 네 명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불려갔다. 가맹점에 심야영업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새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14일부터 시행되면서 편의점 업체들이 가맹점 지원 정책을 바꾼 게 화근이 됐다.
공정위는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지 않는 가맹점보다 24시간 영업하는 가맹점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편의점 업체들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차등 지원을 계속하면 영업난을 겪는 가맹점들이 심야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만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에 나설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26일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과정 하나하나를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의 행정지도 등 보이지 않는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무원의 구두지도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고위 공무원의 행정 지도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실제 공정위가 편의점 업체 임원들을 소집해 ‘군기’를 잡은 다음날 곧바로 편의점 업체들은 심야영업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가맹점에 똑같이 지원금을 주기로 정책을 바꿨다.
이 밖에 인허가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규제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곽관훈 선문대 법대 교수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보이지 않는 규제를 만들어야 권한을 행사하고 존재 목적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중앙 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홍길동 규제’를 더 많이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서다.
특히 지자체가 임의로 만들어 놓은 각종 지침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충남 서산시가 2010년에 만든 ‘환경오염 및 난개발 방지를 위한 업무처리 지침’이 단적인 예다. 서산시는 각종 환경 관련법 상 허용된 업종이라도 이 지침을 들어 공장 설립을 막았다. 비료 제조업체인 A산업은 법적으로 비료 공장을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서산시 지침 상 금지 업종이라는 이유로 공장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경남 김해시는 공장을 지으려는 건설업체에 법적 근거도 없는 각종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주민 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진입로 소유자 동의서와 가처분권자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강요했고 결국 이행하지 못하자 공장 건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지자체발 홍길동 규제의 가장 병폐는 ‘기부채납’이다. 주택법 등에 기부채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해도 인허가를 얻기 위해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선 시장과 군수들이 본인들의 치적을 쌓는 수단으로 기부채납을 악용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건설업체는 대구시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총 부지의 19%를 기부채납하고도 비율이 낮다며 추가 헌납을 강요받았다. 한 건설사 임원은 “지방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지자체장으로부터 사업 이익의 80~90%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공공연하게 받는다”고 전했다.
가격 통제도 홍길동 규제의 대표 유형으로 꼽힌다. 매일유업은 작년 8월 우유가격을 L당 25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8일 만에 철회했다. 기획재정부가 대형마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가격 인상이 적정한지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모범거래 기준 역시 가격통제와 비슷한 그림자 규제로 꼽힌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유제품 업체 모범거래기준 △편의점 가맹점 모범거래기준 △커피업종 모범거래기준 △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모범거래기준 등을 만들었다. 지난달엔 인터넷 검색서비스 모범거래기준도 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범거래기준이 관련 법령이나 지침에 우선하지 않고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고 말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법보다 겁나는 게 이런 기준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같은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진입 제한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정부는 일반 규제뿐 아니라 사실상 규제인 그림자 규제까지 들여다봐야 기업이나 국민들이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강진규/김주완 기자 surisuri@hankyung.com
공정위는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지 않는 가맹점보다 24시간 영업하는 가맹점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편의점 업체들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차등 지원을 계속하면 영업난을 겪는 가맹점들이 심야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만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에 나설 테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26일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과정 하나하나를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의 행정지도 등 보이지 않는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무원의 구두지도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고위 공무원의 행정 지도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 실제 공정위가 편의점 업체 임원들을 소집해 ‘군기’를 잡은 다음날 곧바로 편의점 업체들은 심야영업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가맹점에 똑같이 지원금을 주기로 정책을 바꿨다.
이 밖에 인허가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규제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곽관훈 선문대 법대 교수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보이지 않는 규제를 만들어야 권한을 행사하고 존재 목적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중앙 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홍길동 규제’를 더 많이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지자체가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서다.
특히 지자체가 임의로 만들어 놓은 각종 지침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충남 서산시가 2010년에 만든 ‘환경오염 및 난개발 방지를 위한 업무처리 지침’이 단적인 예다. 서산시는 각종 환경 관련법 상 허용된 업종이라도 이 지침을 들어 공장 설립을 막았다. 비료 제조업체인 A산업은 법적으로 비료 공장을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서산시 지침 상 금지 업종이라는 이유로 공장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경남 김해시는 공장을 지으려는 건설업체에 법적 근거도 없는 각종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주민 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진입로 소유자 동의서와 가처분권자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강요했고 결국 이행하지 못하자 공장 건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지자체발 홍길동 규제의 가장 병폐는 ‘기부채납’이다. 주택법 등에 기부채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해도 인허가를 얻기 위해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선 시장과 군수들이 본인들의 치적을 쌓는 수단으로 기부채납을 악용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건설업체는 대구시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총 부지의 19%를 기부채납하고도 비율이 낮다며 추가 헌납을 강요받았다. 한 건설사 임원은 “지방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지자체장으로부터 사업 이익의 80~90%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공공연하게 받는다”고 전했다.
가격 통제도 홍길동 규제의 대표 유형으로 꼽힌다. 매일유업은 작년 8월 우유가격을 L당 25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8일 만에 철회했다. 기획재정부가 대형마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가격 인상이 적정한지를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모범거래 기준 역시 가격통제와 비슷한 그림자 규제로 꼽힌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유제품 업체 모범거래기준 △편의점 가맹점 모범거래기준 △커피업종 모범거래기준 △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모범거래기준 등을 만들었다. 지난달엔 인터넷 검색서비스 모범거래기준도 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범거래기준이 관련 법령이나 지침에 우선하지 않고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고 말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법보다 겁나는 게 이런 기준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같은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진입 제한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정부는 일반 규제뿐 아니라 사실상 규제인 그림자 규제까지 들여다봐야 기업이나 국민들이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강진규/김주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