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27일 수십명의 친러 성향 무장세력이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을 점거했다.

이들은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 합병할지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국 정부는 경찰과 내무군에 비상경계령을 발령하고 이들과 대치 중이다.

사태가 격화되며 우크라이나 은행권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설이 돌자 러시아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6일 5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36.03루블까지 떨어졌다가 27일 36루블대에서 거래됐다.

우크라이나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까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에 많은 돈을 빌려준 러시아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빚은 약 270억달러다. 이날 우크라이나 흐리브니아화 가치도 10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0흐리브니아까지 떨어졌다.

우크라이나가 전날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제1야당 바티키브쉬나 대표인 아르세니 야체뉴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자 미국과 유럽은 화답하듯 지원을 약속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1차적으로 10억달러의 차관을 검토하고 있으며 EU도 15억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음달 3일까지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맞닿은 서부지역에서 15만명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지원이나 대출도 중단한 상태다. 케리 장관은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침범한다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