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병상 마음대로 못 늘린다
내년부터 서울·수도권·충남권 등의 대학병원이나 대형종합병원은 사실상 병상을 더 지을 수 없게 된다. 지역별 병상관리계획과 연계해 병상 과잉지역의 병상 증설을 억제하려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28일부터 4월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아산·삼성·세브란스 등 ‘빅5’ 겨냥

상급종합병원은 대학병원이나 통상 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을 말한다. 예컨대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 2차 의료기관인 병원·종합병원보다 규모가 큰 3차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구분해 특히 그중에서 의료 수요에 비해 병원·병상 수가 많다고 판단되는 과밀권역에 대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를 늘리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수도권 등 환자 쏠림 현상이 많은 지역이 대표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43개가 지정돼 있고, 총 병상 수는 4만3185개다. 이 가운데 서울 시내 상급종합병원 17곳의 병상 수는 모두 1만9000여개에 달한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개정안은 사실상 서울 시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대병원(현재 1789병상)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2680병상), 삼성서울병원(1982병상), 세브란스병원(2081병상), 서울성모병원(1332병상) 등 이른바 전국적으로 환자가 몰리는 ‘빅5’ 병원은 내년부터 병상 수를 늘릴 수 없다. 또 서울 시내에 위치한 강북삼성병원, 중앙대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고려대 구로·안암병원, 순천향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등도 병상 증설을 할 수 없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전국의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더 지을 수 없는 것은 아니고, 과밀권역에 속한 병원만 해당된다”며 “반대로 병상 수가 모자란 충북·전남·강원권역의 상급종합병원은 병상 증설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증·만성질환자 비율도 17%로 묶어

정부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를 대형병원에서 동네의원으로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구성 비율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무좀과 같은 경증 질환이나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 외래환자 비율을 전체 환자의 17%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질병군 환자 입원 비율은 현재 12% 이상에서 17%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의료계 반응은 엇갈린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반시장적’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병원협회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방 중소병원과 비수도권의 일부 대형병원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