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포템킨 계단'과 키예프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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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혼돈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 시위하는 러시아 푸틴
내부 불안하면 외부 간섭 불러와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
군사 개입 시위하는 러시아 푸틴
내부 불안하면 외부 간섭 불러와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
우크라이나가 소란하다. 시위대 80여명이 사망하자 대통령 야누코비치는 22일 야반도주, 흑해 연안에 숨었고 2010년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던 티모셴코 전 총리는 감옥에서 풀려났다. 국회는 대통령 실권을 선포하고 ‘오렌지 공주’ 티모셴코를 복권시켰으며, 다음 대통령 선거를 5월25일로 잡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친러파가 쫓겨나고 친유럽파가 등장하는 사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을 듯하다. 이 나라는 동남부는 러시아에, 서북부는 유럽에 가까운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야누코비치와 티모셴코 등 몇몇은 권력을 주고 뺏는 과정을 거듭했고, 앞으로도 그런 되풀이를 보일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6배나 되는 땅을 가진 유럽의 대국이다. 수도 키예프에서 400㎞ 남쪽 흑해에 있는 최대 항구 오데사에는 착시현상을 설명하는 유명한 ‘포템킨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1841년 완공됐는데 길이는 142m이며 폭은 맨 위 계단이 12.5m, 맨 아래 계단은 21.7m이다. 계단 20개마다 널찍한 계단참을 뒀다. 이런 구조는 재미있는 착시 현상을 만든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계단참은 보이지 않고, 같은 폭의 계단이 아주 멀리 올라가는 것처럼 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계단참들만 이어져 보이고 계단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계단이 세계 명물이 된 것은 1925년의 소련 영화 ‘전함(戰艦) 포템킨’ 덕택이다. 포템킨의 수병들이 제정 러시아 장교들에 저항, 봉기했던 1905년이 배경이다. 러일전쟁에서 패한 제정 러시아 해군은 흑해로 귀환하면서 극심한 고생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음식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열악한 상황에 뿔이 난 수병들이 들고일어섰고, 오데사 시민들이 봉기에 동참하며 사태는 악화됐다. 이에 제정 러시아는 코사크 기병대를 파견해 이들을 진압했다. 1917년 혁명 이후 이 사건은 ‘작은 러시아 혁명’이라 해석되기 시작했다. 소련 정부는 그 20주년을 기념해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1898~1948)의 이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사에 빛나는 대표적 걸작으로 꼽힌다. 교묘한 몽타주 기법을 활용한 이 영화는 공산주의 혁명을 선동하는 기발한 작품으로 널리 인정됐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걸작이다. 아무런 의식이 없던 사람도 이 영화를 보면 당장 볼셰비키 혁명가가 될 것”이라고 평했을 정도였다. 반란 사병들에게 돛을 씌운 후 사격을 명령하자, 시위자 하나가 “형제들이여! 누구에게 총을 쏘는가?”라고 외친다. 사수들은 총부리를 돌려 봉기에 동참한다. 기병대가 계단을 줄지어 내려오며 쏘아대는 총과 피흘리는 시민들, 유모차를 끌던 어머니의 피격 사망과 그 유모차가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모습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계급 투쟁과 전투적 민중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지금도 세계 시위 현장에서 비슷하게 연출되고 있다. 그 혁명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1955년 이 나라를 지배하던 소련은 이름을 ‘포템킨 계단’으로 고쳤다.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으로 그 이름은 ‘프리몰스키 계단’으로 돌아갔지만, 오늘도 사람들은 그 계단을 ‘포템킨’으로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포템킨호의 봉기와 많은 희생은 사실이지만, 이 계단에서 그런 학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 계단을 굴러내린 유모차도 픽션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픈 일을 위해서는 사실도 왜곡한다. 실제로 입장에 따라 보는 시각은 다르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이미 메르켈과 푸틴이 만났고, 멀리서 오바마도 지켜보고 있지만, 그들의 시각도 다를 것이고 그 해결방안도 서로 다를 것이다. 착시 현상은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니, 4400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안한 국내 정세는 이웃의 간섭을 부르기 십상이니….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친러파가 쫓겨나고 친유럽파가 등장하는 사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을 듯하다. 이 나라는 동남부는 러시아에, 서북부는 유럽에 가까운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야누코비치와 티모셴코 등 몇몇은 권력을 주고 뺏는 과정을 거듭했고, 앞으로도 그런 되풀이를 보일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6배나 되는 땅을 가진 유럽의 대국이다. 수도 키예프에서 400㎞ 남쪽 흑해에 있는 최대 항구 오데사에는 착시현상을 설명하는 유명한 ‘포템킨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은 1841년 완공됐는데 길이는 142m이며 폭은 맨 위 계단이 12.5m, 맨 아래 계단은 21.7m이다. 계단 20개마다 널찍한 계단참을 뒀다. 이런 구조는 재미있는 착시 현상을 만든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계단참은 보이지 않고, 같은 폭의 계단이 아주 멀리 올라가는 것처럼 거리를 착각하게 만든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계단참들만 이어져 보이고 계단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 계단이 세계 명물이 된 것은 1925년의 소련 영화 ‘전함(戰艦) 포템킨’ 덕택이다. 포템킨의 수병들이 제정 러시아 장교들에 저항, 봉기했던 1905년이 배경이다. 러일전쟁에서 패한 제정 러시아 해군은 흑해로 귀환하면서 극심한 고생을 겪어야 했다. 급기야 음식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열악한 상황에 뿔이 난 수병들이 들고일어섰고, 오데사 시민들이 봉기에 동참하며 사태는 악화됐다. 이에 제정 러시아는 코사크 기병대를 파견해 이들을 진압했다. 1917년 혁명 이후 이 사건은 ‘작은 러시아 혁명’이라 해석되기 시작했다. 소련 정부는 그 20주년을 기념해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1898~1948)의 이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사에 빛나는 대표적 걸작으로 꼽힌다. 교묘한 몽타주 기법을 활용한 이 영화는 공산주의 혁명을 선동하는 기발한 작품으로 널리 인정됐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걸작이다. 아무런 의식이 없던 사람도 이 영화를 보면 당장 볼셰비키 혁명가가 될 것”이라고 평했을 정도였다. 반란 사병들에게 돛을 씌운 후 사격을 명령하자, 시위자 하나가 “형제들이여! 누구에게 총을 쏘는가?”라고 외친다. 사수들은 총부리를 돌려 봉기에 동참한다. 기병대가 계단을 줄지어 내려오며 쏘아대는 총과 피흘리는 시민들, 유모차를 끌던 어머니의 피격 사망과 그 유모차가 계단을 굴러 내려가는 모습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계급 투쟁과 전투적 민중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지금도 세계 시위 현장에서 비슷하게 연출되고 있다. 그 혁명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1955년 이 나라를 지배하던 소련은 이름을 ‘포템킨 계단’으로 고쳤다. 1991년 우크라이나의 독립으로 그 이름은 ‘프리몰스키 계단’으로 돌아갔지만, 오늘도 사람들은 그 계단을 ‘포템킨’으로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포템킨호의 봉기와 많은 희생은 사실이지만, 이 계단에서 그런 학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 계단을 굴러내린 유모차도 픽션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픈 일을 위해서는 사실도 왜곡한다. 실제로 입장에 따라 보는 시각은 다르게 마련이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이미 메르켈과 푸틴이 만났고, 멀리서 오바마도 지켜보고 있지만, 그들의 시각도 다를 것이고 그 해결방안도 서로 다를 것이다. 착시 현상은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니, 4400만 우크라이나인들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안한 국내 정세는 이웃의 간섭을 부르기 십상이니….
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