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부품업체 아스트 김희원 사장 "보잉도 우리 부품 사용…F-35 납품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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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후 4년간 수주 0건
워크아웃 리스트 오르기도
후방동체 단독 제작 검토
내년 1000억원 매출 목표
워크아웃 리스트 오르기도
후방동체 단독 제작 검토
내년 1000억원 매출 목표
항공기 부품업체 아스트(ASTK)는 업계에서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대부분의 항공기 부품업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 내수 시장에서 활동한다. 반면 아스트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과를 낸 드문 사례다. 아스트는 미국 보잉의 200인승 중대형 항공기 ‘B737-900ER’ 모델 후방동체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보잉 ‘B757’ 문짝도 만들어 공급한다. 김희원 사장은 “전투기 동체 제작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 직후부터 ‘위기’
아스트는 2001년 KAI에서 독립했다. KAI의 기체생산부문 임원이었던 김 사장은 회사 선후배 28명과 함께 창업했다.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 중심에 있는 KAI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 역량을 키우고 동체제작 같은 비핵심 사업은 축소하기로 한 게 계기가 됐다.
KAI는 아스트가 창업하자 기체 세로축 골격재인 ‘스트링거’ 분야를 떼 줘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해 미국 ‘9·11 테러’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창궐로 2002년 세계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자 아스트는 창업 초반부터 휘청거렸다.
김 사장은 “스트링거 생산량이 월 4500개에서 1년 만에 1500개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KAI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회상했다.
◆2006년 첫 수주 후 ‘봇물’
아스트는 해외 업체를 뚫기 위해 투자부터 했다. 항공기 사업 특성상 설비를 갖춰놓지 않으면 수주하기 힘들다. 은행에서 약 80억원을 빌려 공장부터 지었다. 추가로 60억원가량을 대출받아 장비도 들였다. “사업 계획만 있는 상태에서 투자를 감행한 우리도 그렇지만 은행도 큰 모험을 한 셈”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성과는 더디게 나왔다. 공장을 짓고도 4년간 해외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KAI에서 받은 물량으로 근근이 버티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은행의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리스트에 올라 채무 상환을 요구받기도 했다.
2006년 12월 고대하던 해외 수주 소식이 들려왔다. 항공기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의 스타이스(STAIS)가 항공기 문짝(메인데크 카고 도어)을 주문한 것. 일본 경쟁사가 개당 5억원씩 받던 것을 단가를 확 낮춰 절반 가격으로 제시한 게 먹혔다. 김 사장은 “스타이스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단가 인하를 추진 중이던 시점이어서 조건이 맞았다”며 “우리가 ‘의외로’ 싼값에 잘 만들자 물량을 계속 늘려 작년 말까지 100대를 납품했다”고 말했다.
이후 주문이 봇물 터지듯 들어왔다. 보잉의 1차 협력사인 미국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가 2007년 아스트에 후방동체 부품 ‘벌크헤드’를 주문했다. 스피릿은 날개를 제외한 보잉의 비행기 동체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다. 스피릿은 스트링거, 벌크헤드, 위아래 쪽 갑판(데크) 등으로 주문을 늘렸다. 2012년엔 길이 42m의 B737-900ER 동체 12분의 1에 해당하는 후방 3.5m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F-35 부품제작 추진
아스트는 현재 월 4대의 후방동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규모를 더 늘려 최대 월 20대씩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2022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어놓고 있어 계획대로만 된다면 후방동체로 30억달러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후방동체를 단독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협력사를 통하지 않고 보잉과 직접 B747-400의 화물용 문짝과 그 주변 구조물을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오는 10월 첫 납품을 위해 현재 라인을 정비하고 시험생산 중이다. 연간 2400만달러의 매출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중장기적으론 전투기 동체 제작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이 추진 중인 F-35 도입 사업이 진행되면 제작사 록히드마틴에 F-35의 ‘벌크헤드’를 납품하겠다고 방위사업청에 신청했다. 록히드마틴이 전투기 납품 조건에 한국산 부품을 쓰겠다고 제시할 가능성이 커서다.
김 사장은 “항공기 동체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강소기업을 만들겠다”며 “올 연말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올해 매출 750억원, 내년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천=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창업 직후부터 ‘위기’
아스트는 2001년 KAI에서 독립했다. KAI의 기체생산부문 임원이었던 김 사장은 회사 선후배 28명과 함께 창업했다.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 중심에 있는 KAI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 역량을 키우고 동체제작 같은 비핵심 사업은 축소하기로 한 게 계기가 됐다.
KAI는 아스트가 창업하자 기체 세로축 골격재인 ‘스트링거’ 분야를 떼 줘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해 미국 ‘9·11 테러’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창궐로 2002년 세계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자 아스트는 창업 초반부터 휘청거렸다.
김 사장은 “스트링거 생산량이 월 4500개에서 1년 만에 1500개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KAI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회상했다.
◆2006년 첫 수주 후 ‘봇물’
아스트는 해외 업체를 뚫기 위해 투자부터 했다. 항공기 사업 특성상 설비를 갖춰놓지 않으면 수주하기 힘들다. 은행에서 약 80억원을 빌려 공장부터 지었다. 추가로 60억원가량을 대출받아 장비도 들였다. “사업 계획만 있는 상태에서 투자를 감행한 우리도 그렇지만 은행도 큰 모험을 한 셈”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성과는 더디게 나왔다. 공장을 짓고도 4년간 해외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KAI에서 받은 물량으로 근근이 버티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은행의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리스트에 올라 채무 상환을 요구받기도 했다.
2006년 12월 고대하던 해외 수주 소식이 들려왔다. 항공기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싱가포르의 스타이스(STAIS)가 항공기 문짝(메인데크 카고 도어)을 주문한 것. 일본 경쟁사가 개당 5억원씩 받던 것을 단가를 확 낮춰 절반 가격으로 제시한 게 먹혔다. 김 사장은 “스타이스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단가 인하를 추진 중이던 시점이어서 조건이 맞았다”며 “우리가 ‘의외로’ 싼값에 잘 만들자 물량을 계속 늘려 작년 말까지 100대를 납품했다”고 말했다.
이후 주문이 봇물 터지듯 들어왔다. 보잉의 1차 협력사인 미국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가 2007년 아스트에 후방동체 부품 ‘벌크헤드’를 주문했다. 스피릿은 날개를 제외한 보잉의 비행기 동체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다. 스피릿은 스트링거, 벌크헤드, 위아래 쪽 갑판(데크) 등으로 주문을 늘렸다. 2012년엔 길이 42m의 B737-900ER 동체 12분의 1에 해당하는 후방 3.5m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F-35 부품제작 추진
아스트는 현재 월 4대의 후방동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규모를 더 늘려 최대 월 20대씩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2022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어놓고 있어 계획대로만 된다면 후방동체로 30억달러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후방동체를 단독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협력사를 통하지 않고 보잉과 직접 B747-400의 화물용 문짝과 그 주변 구조물을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오는 10월 첫 납품을 위해 현재 라인을 정비하고 시험생산 중이다. 연간 2400만달러의 매출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중장기적으론 전투기 동체 제작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이 추진 중인 F-35 도입 사업이 진행되면 제작사 록히드마틴에 F-35의 ‘벌크헤드’를 납품하겠다고 방위사업청에 신청했다. 록히드마틴이 전투기 납품 조건에 한국산 부품을 쓰겠다고 제시할 가능성이 커서다.
김 사장은 “항공기 동체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강소기업을 만들겠다”며 “올 연말 상장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올해 매출 750억원, 내년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천=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