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은 만성통증에 신체 전반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만성요통(허리통증) 환자에게는 통증과 우울 증상을 함께 완화하는 침과 추나요법이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한방은 만성통증에 신체 전반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법을 적용한다. 만성요통(허리통증) 환자에게는 통증과 우울 증상을 함께 완화하는 침과 추나요법이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3월에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어깨통증 환자는 3월에 평균 24만여명이었다. 박종훈 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은 “3월에는 일교차가 평균 10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근육이나 관절이 더 잘 굳고 통증이 심해진다”며 “어깨뿐만 아니라 목 허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이 시기에 늘어난다”고 말했다.

급성·만성통증 구분해 치료

어깨 허리 무릎 등의 각종 통증에 한방치료가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한방병원 한의원을 찾는 환자 절반 이상(75%)이 통증 환자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방병원에서 정형외과적 치료와 한방적인 치료를 병행하면서 과거에 비해 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급성통증은 침과 봉독(蜂毒)요법, 사혈(瀉血·몸에서 나쁜 피를 빼는 것)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만성통증은 여기에 한약이나 전침(電針·경혈에 침을 놓고 전류를 흘리는 치료법), 부항 등을 병행한다. 근육을 강화하고 혈액이 잘 돌게 한다.

김재중 광동한방병원 원장은 “급성통증은 2~3회 치료 후 통증이 좋아지지 않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원인 질환을 찾아내야 한다”며 “반면 만성통증의 한방 치료는 한 달마다 증상이 나아졌는지 평가하며,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법을 적용하는데 길면 1~2년간 지속한다”고 말했다.

잘 때마다 어깨 통증? 전침이 좋아

일반적으로 팔 움직임에는 이상이 없는데 저녁만 되면 어깨통증이 심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저녁통증’은 잘못된 자세나 피로 때문에 낮 동안 나빠진 기혈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몸이 통증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오히려 이런 자가치료 과정을 억제시켜 근본적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김 원장은 “부항을 떠서 어깨 백혈구를 활성화시키고 전침(전기침)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1주일에 한두 번씩 받으면서 자세 교정을 하면 한 달이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팔을 위로 들거나 돌리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아프면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섬유근통증후군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요즘엔 한방에서도 양방 의사와 방사선사 등을 두고 엑스레이 등 첨단 영상장비를 구비해 놓은 곳이 많다. 허리가 아플 땐 엑스레이로 목디스크 여부를 확인하고, 다리가 자주 저린 것은 허리디스크 증상을 본다. 박 원장은 “과거처럼 진맥하고 침을 놓고 보약을 주는 개념으로 한방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만성 관절통증엔 관침요법

뼈에 이상이 없는 요통(허리통증) 원인을 한방에서는 신장 허약으로 본다. 아침에 일어날 때 아프고 은근한 통증이 오래 간다. 이때마다 진통제로 버티거나 물리치료나 지압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치료만 하면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해진다.

김 원장은 “침에 약실을 끼워 경락에 넣는 매선요법을 쓰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통증이 좋아지고 효과는 6개월간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2~3주간 매주 1~2회 전침을 맞으면서 뜸을 뜨면 진통효과와 함께 근력까지 튼튼해져서 통증이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고혈압 등이 심해 수술받기 어렵거나 진통제를 오래 먹어 위장 장애가 생긴 관절염 환자에게 뜸과 침을 놓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성통증은 통증 때문에 관절이 굳고 유착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침으로 굳은 조직을 파괴시키는 관침요법이 도움이 된다. 또 항염증 효과가 있는 봉독요법과 침을 2~3주 맞으면 무릎을 펴거나 걸을 때마다 생기는 통증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 그 후에는 침과 함께 쑥뜸 죽향뜸 등을 병행해 무릎을 따뜻하게 해준다. 무릎 부담을 줄여서 통증을 누그러뜨리도록 살이 빠지는 한약을 함께 쓴다.

한방은 머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만성두통을 ‘머리에 바람이 들었다’고 보고 뇌를 자극하는 기혈이 있는 팔과 손에 침을 놓는다. 머리 전체가 무겁고 아프면 뇌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으로 침을 만들어 경혈에 직접 주사한다. 관자놀이가 뛰는 박동형 두통은 뇌에 추운 기운이 들어 생겼다고 보고 뜸을 뜬다.

도움말=박종훈 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 김재중 광동한방병원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