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도어 쿠페 '원조 스타'…벤츠 CLS 10년을 말하다
‘원조’라는 수식어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의 위상도 높일 수 있고 시장 선점도 쉽습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원조가 갖는 힘은 대단합니다.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원조인 ‘지프’는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합니다. 미국에서 머슬카라는 장르를 개척한 포드의 머스탱은 5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죠.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오늘날 스포츠카의 공식처럼 사용되는 미드십 엔진(차체 가운데에 엔진을 장착하는 방식) 설계 방식을 처음으로 양산차에 적용한 ‘미우라’를 1966년 내놓아 페라리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엔진과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카 ‘프리우스’는 도요타를 이 분야의 절대적인 강자 자리에 올려놨습니다. 이들 모델은 모두 자동차의 개발 트렌드와 역사를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 됐죠.

이 같은 ‘원조’의 나비효과는 2000년대에도 일어났습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개발한 메르세데스 벤츠가 2004년 내놓은 벤츠 CLS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차는 기존 ‘쿠페=2도어’라는 공식을 깨고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죠. 2도어 쿠페의 좁은 실내공간과 2인승이라는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쿠페 특유의 날렵한 주행 성능, 성인 4~5명이 앉을 수 있는 실용성까지 3박자를 갖춘 것이 4도어 쿠페의 특징입니다.

이 같은 ‘창조적 파괴’의 힘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까지 추종 모델을 내놓게 했습니다. 폭스바겐 CC와 포르쉐 파나메라, 아우디 A7, BMW 6시리즈 등이 줄줄이 등장했죠. 현대자동차 YF쏘나타처럼 일반 세단에 ‘쿠페 스타일링’이 확대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CLS라는 ‘나비 한 마리’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몰고 온 후폭풍은 엄청납니다.

2004년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CLS가 올해로 탄생 10주년을 맞았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벤츠의 디자인도 CLS를 기점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고든 바그너 벤츠 수석 디자이너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2008년 수석 디자이너로 승진한 바그너가 이전에 총괄했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CLS입니다. 그는 CLS에서 구현한 유려한 디자인을 A클래스부터 S클래스까지 확대 적용해 벤츠를 ‘회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벤츠코리아는 작년 말 국내에 ‘더 뉴 CLS 250 CDI’를 출시하면서 네 종의 CLS클래스 라인업을 갖췄습니다. 디젤 모델인 CLS 250 CDI와 가솔린 엔진을 단 ‘CLS 350’, 고성능 버전인 ‘CLS 63 AMG’, 5도어 쿠페 ‘CLS 250 CDI 슈팅브레이크’ 등입니다. CLS클래스가 자동차 시장을 흔들었듯이 앞으로 또 어떤 차가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지 모릅니다. 자동차 시장의 원조 경쟁이 흥미로운 이유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