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갤러리서 3~14일 개인전…옻칠화 30점 선봬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3~14일 개인전을 여는 나 교수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을 잊기 위해 지난 10년간 옻칠작업을 이어왔다”며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얼마나 성실한 모습으로 남편이 살아왔는가를 당당히 전통 예술로 승화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시각디자이너협회 회장을 역임한 나 교수는 남편이 작고한 이후 전통공예에서 현대적 시각예술을 뽑아내리라 다짐했다. 학부 시절 스승인 양승춘 전 서울대 교수의 간곡한 당부도 힘이 됐다. 스승은 그에게 전통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 과정에 등록해 무작정 옻칠 공부를 시작했다. 일본 이와야마옻칠미술관의 전용복 관장에게 옻칠을 배웠고, 중국 쑤저우까지 가서 옻칠을 연구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옻칠공방을 만들어 수업도 진행했다. 옻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옻칠화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주로 북촌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지붕과 선, 창호,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 국화문, 소나무를 나전과 금박, 진주 등을 활용해 평면회화로 풀어냈다.
나 교수는 “옻칠화는 전통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여자가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그림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남편을 생각하는 그의 특별한 마음은 이번 전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시회 주제를 ‘사부곡’으로 정하고 삼베를 붙이고 토회 바르기, 생칠하기를 반복해 제작한 옻칠화 30여점을 내보인다.
그의 옻칠화에는 남편과 사별한 아픈 편린을 드러내면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 태도와 장인정신이 녹아 있다. 작업 공정은 복잡하다. 고운 흙가루를 바른 나무판에 삼베를 붙이고 표면을 매끈하게 사포질한 위에 다시 흙가루를 붙이고 옻칠을 한다. 굳기를 기다려 또 칠하기를 여러 차례, 금박을 올리고 자개를 붙인 다음 다시 칠을 해야 완성된다. 온화하면서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는 호연지기의 필법이 마치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절묘한 ‘무기교의 기교’의 감성 세계도 엿보인다.
나 교수는 자신의 옻칠화 작품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옻칠의 장점과 현대 디자인의 조형미를 융합했다”고 설명했다. 또 “21세기는 통섭과 융합의 시대라고들 하는데 전통이 낡은 틀에 갇히지 않고 미래로 훨훨 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며 “작가는 항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통적인 옻칠공예와 현대적인 시각디자인의 접점을 찾아 나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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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