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의 매혹적 몸짓, 카메라 렌즈에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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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 출신 사진작가 박귀섭 씨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였던 박귀섭 씨(30·사진)는 평소 옷과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취미를 살려 남성패션 쇼핑몰 ‘바이루어’를 열었다. 안면이 있던 사진작가를 졸라 어깨너머로 사진 찍는 법을 익혔다. 발레단 연습이 끝나면 스튜디오로 달려가 밤새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발레만큼 재미있었다.
쇼핑몰 한 달 매출이 1000만원대로 늘었다. 패션 화보처럼 분위기 있는 사진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 일본 바이어가 광고에 쓰겠다며 사진을 사갔고 일본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라는 진지한 제안도 받았다.
때마침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인 전효정 씨가 “발레복을 파는 쇼핑몰을 열려고 하는데 당신은 무용도 알고 사진도 잘 찍으니까 무용화보 같은 사진을 찍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최태지 당시 국립발레단장은 무용을 계속 하라며 만류했지만 그는 입단 3년 만인 2010년 발레 ‘코펠리아’를 끝으로 발레 슈즈를 벗고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차세대 무용스타로 주목 받고 있을 때였다.
서울 종암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엔 발레 마 니아에게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하다. 김지영, 이동훈, 김리회, 이영철, 이은원, 박슬기, 정영재 등 국립발레단의 스타 무용수들이 마치 패션모델처럼 사진 속에서 춤추고 있다. 분명 사진은 멈춰 있는데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한 장으로 무용수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민망한 타이츠를 입고 빙글빙글 도는 게 발레라는 대중의 편견을 바꿔보고 싶기도 했고요. 국내에선 이런 시도가 생소하지만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일찍부터 무용수들 사진을 패션화보처럼 찍어왔습니다.”
서울예술단이 만든 뮤지컬 ‘소서노’ ‘푸른눈 박연’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다. 무용가, 음악가, 뮤지컬 배우들의 사진도 찍었다.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진을 보고 작업을 요청하는 일이 이어졌다. 연예기획사에서 아이돌스타의 콘셉트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그런 작품을 모아 지난해 5월엔 무용전문 극장으로 유명한 강동아트센터에서 ‘커뮤니케이션&바키’전을 열었다. 강동아트센터가 먼저 의뢰해 성사된 전시였다.
“무용수 출신이라 아무래도 신체의 장단점을 잘 포착하는 것 같아요. 언제 셔터를 눌러야 아름다운 자세가 나오는지 잘 아는 것 같고요. 다른 사진가들이 조명을 중시하는 반면 저는 신체의 선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직접 포즈를 취해 보이기도 하고요.”
국립발레단원들을 비롯한 무용계 동료들이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는 “국립발레단 식구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땐 돈이 부족해 ‘지영 누나’(김지영)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당장하자’며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쇼핑몰 한 달 매출이 1000만원대로 늘었다. 패션 화보처럼 분위기 있는 사진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 일본 바이어가 광고에 쓰겠다며 사진을 사갔고 일본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라는 진지한 제안도 받았다.
때마침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인 전효정 씨가 “발레복을 파는 쇼핑몰을 열려고 하는데 당신은 무용도 알고 사진도 잘 찍으니까 무용화보 같은 사진을 찍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최태지 당시 국립발레단장은 무용을 계속 하라며 만류했지만 그는 입단 3년 만인 2010년 발레 ‘코펠리아’를 끝으로 발레 슈즈를 벗고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차세대 무용스타로 주목 받고 있을 때였다.
서울 종암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엔 발레 마 니아에게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하다. 김지영, 이동훈, 김리회, 이영철, 이은원, 박슬기, 정영재 등 국립발레단의 스타 무용수들이 마치 패션모델처럼 사진 속에서 춤추고 있다. 분명 사진은 멈춰 있는데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한 장으로 무용수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민망한 타이츠를 입고 빙글빙글 도는 게 발레라는 대중의 편견을 바꿔보고 싶기도 했고요. 국내에선 이런 시도가 생소하지만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일찍부터 무용수들 사진을 패션화보처럼 찍어왔습니다.”
서울예술단이 만든 뮤지컬 ‘소서노’ ‘푸른눈 박연’ ‘잃어버린 얼굴 1895’의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다. 무용가, 음악가, 뮤지컬 배우들의 사진도 찍었다.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진을 보고 작업을 요청하는 일이 이어졌다. 연예기획사에서 아이돌스타의 콘셉트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그런 작품을 모아 지난해 5월엔 무용전문 극장으로 유명한 강동아트센터에서 ‘커뮤니케이션&바키’전을 열었다. 강동아트센터가 먼저 의뢰해 성사된 전시였다.
“무용수 출신이라 아무래도 신체의 장단점을 잘 포착하는 것 같아요. 언제 셔터를 눌러야 아름다운 자세가 나오는지 잘 아는 것 같고요. 다른 사진가들이 조명을 중시하는 반면 저는 신체의 선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직접 포즈를 취해 보이기도 하고요.”
국립발레단원들을 비롯한 무용계 동료들이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는 “국립발레단 식구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땐 돈이 부족해 ‘지영 누나’(김지영)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당장하자’며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