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그림자 금융' 불신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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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3배 팽창한 中그림자금융
이자 미지급·청산 등 신뢰도 위기
오히려 위험 인식하는 '백신' 역할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mansoo@kif.re.kr >
이자 미지급·청산 등 신뢰도 위기
오히려 위험 인식하는 '백신' 역할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mansoo@kif.re.kr >
최근 중국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실제로 연초부터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 상품인 신탁상품들이 약속대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고 청산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건 발생하면서 시장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신뢰의 추락이야말로 중국 그림자 금융의 위험을 줄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제공하면서 감독과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신용공여를 통칭한다. 신탁회사가 운영하는 신탁상품이 대표적이다. 2009년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8조위안 수준이었으나, 2012년 말에는 그 규모가 22.9조(S&P)~34조위안(피치)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외부의 전문가들은 이 그림자 금융이 중국경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뇌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아무도 그 정확한 규모를 모르며, 상당부분이 부동산 개발 등 고위험 사업에 투자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 금융시장이 조금만 요동쳐도 이를 그림자 금융의 불안과 연결시켰다.
반면 중국정부는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그림자 금융의 확대는 금융산업 발전의 한 과정이며, 자금조달 경로의 다양화 등 긍정적인 기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아래 중국정부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에선 실제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중국 금융시장의 주체들은 지금 동상이몽 중이다. 예금자들은 더 이상 제도권 은행의 낮은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각종 재테크 상품으로 몰려든다. 그렇지만 고수익에 수반하는 고위험에는 눈을 감는다. 누군가 대신 책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중국에선 그래왔기 때문이다.
자금 중개자인 은행들은 자기 창구를 통해 신탁회사 재테크 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상품이 은행예금이 아니며 원리금 보장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자금의 수요자들인 중소기업과 개발업자들은 지방정부나 국영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대출에 매달려 있는 대형은행의 돈을 쓰기가 어렵다. 때문에 금리가 높아도 어쨌든 돈을 끌어다주는 신탁회사로, 대부업체로, 사채시장으로 달려간다. 웃돈을 주고 위탁대출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 두 자릿수 성장 시대의 공격적 투자습성에 젖어 위험한 투자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단기간에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시장주체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고 있지 않고, 감독당국 손길이 미치지 않는 금융상품이 계속해서 팽창한다면 장차 중대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그림자 금융 상품의 ‘적당한’ 사고는 중국에 악재라기보다는 호재이다. 즉 그림자 금융의 미시적 위험을 시장에 노출함으로써 이로 인한 거시적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만일 시장주체들이 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기만 한다면, 규모의 팽창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GDP의 65% 수준에 달했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가 불법상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원래 금융 선진국일수록 그 비율은 높다. 2010년 기준으로 영국이 288%, 미국 158%, 한국도 98.5%에 달한다.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mansoo@kif.re.kr >
그림자 금융이란 은행권 밖에서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기능을 제공하면서 감독과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신용공여를 통칭한다. 신탁회사가 운영하는 신탁상품이 대표적이다. 2009년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8조위안 수준이었으나, 2012년 말에는 그 규모가 22.9조(S&P)~34조위안(피치)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외부의 전문가들은 이 그림자 금융이 중국경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뇌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아무도 그 정확한 규모를 모르며, 상당부분이 부동산 개발 등 고위험 사업에 투자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 금융시장이 조금만 요동쳐도 이를 그림자 금융의 불안과 연결시켰다.
반면 중국정부는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그림자 금융의 확대는 금융산업 발전의 한 과정이며, 자금조달 경로의 다양화 등 긍정적인 기능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아래 중국정부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에선 실제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중국 금융시장의 주체들은 지금 동상이몽 중이다. 예금자들은 더 이상 제도권 은행의 낮은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각종 재테크 상품으로 몰려든다. 그렇지만 고수익에 수반하는 고위험에는 눈을 감는다. 누군가 대신 책임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중국에선 그래왔기 때문이다.
자금 중개자인 은행들은 자기 창구를 통해 신탁회사 재테크 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상품이 은행예금이 아니며 원리금 보장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자금의 수요자들인 중소기업과 개발업자들은 지방정부나 국영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대출에 매달려 있는 대형은행의 돈을 쓰기가 어렵다. 때문에 금리가 높아도 어쨌든 돈을 끌어다주는 신탁회사로, 대부업체로, 사채시장으로 달려간다. 웃돈을 주고 위탁대출을 받기도 한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 두 자릿수 성장 시대의 공격적 투자습성에 젖어 위험한 투자를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단기간에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시장주체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리스크를 정확히 평가하고 있지 않고, 감독당국 손길이 미치지 않는 금융상품이 계속해서 팽창한다면 장차 중대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그림자 금융 상품의 ‘적당한’ 사고는 중국에 악재라기보다는 호재이다. 즉 그림자 금융의 미시적 위험을 시장에 노출함으로써 이로 인한 거시적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만일 시장주체들이 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기만 한다면, 규모의 팽창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규모가 GDP의 65% 수준에 달했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가 불법상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원래 금융 선진국일수록 그 비율은 높다. 2010년 기준으로 영국이 288%, 미국 158%, 한국도 98.5%에 달한다.
지만수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jmansoo@kif.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