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나비를 읽는 법 - 박지웅 (1969~ )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가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서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動詞)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3월입니다. 어쩌면 봄은 세상의 문법에서 벗어난 계절 같습니다. 부드럽고 뭉뚝한 봄 햇살에 닿으면, 세상이 이럴 리는 없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불가해(不可解)한 계절. 굳이 모든 걸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봄 안에서는 탈선과 비문마저 아름답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