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나토 긴급회의 소집…군사개입 중단 촉구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막고자 다각도로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는 최근 크림반도로 자국 병력을 대규모로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으며 러시아 상원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 "러시아 크림반도 군병력 철수" 촉구 =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1일(이하 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승인한 러시아 상원의 결의는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즉각 크림반도에서 군 병력을 철수할 것을 촉구하고 유엔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감시 인력을 현장에 보낼 것을 제안했다.

반면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비탈리 추르킨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내 과격 세력(기존 야권 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들이 법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보리 회의는 비공개로 시작됐으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공개회의로 전환할 것을 주장해 결국 서방 측 주장대로 외부로 생중계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며 이해 당사자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밝혔다.

◇EU·나토 긴급 회의 소집 =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각각 긴급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나토는 2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28개 회원국 대사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의 행위는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러시아에 대해 즉각 군사행동과 군사적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과 주권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장래를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Partnership for Peace) 협정을 체결하고 나토의 위기관리 활동 및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3일 긴급 EU 외무장관 회의를 개최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美·英·佛 소치 G8 예비회담 참여유보 =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크림반도에 군사 개입을 시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자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은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대화 결과를 전하는 성명을 통해 "다가오는 G8 정상회의 예비회담 참여를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군사 행동을 개시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6월 G8 정상회의 자체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도 2일 우크라이나에서 위기가 높아짐에 따라 소치 G8 정상회의 예비회담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현지 뉴스전문 채널 BFM TV가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에서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과 만난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앞서 자국 라디오 방송 '유럽 1'에 출연해서 "G8 정상회의 예비회담을 미뤄야 한다"면서 "이 조치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긴장을 진정시키도록 러시아를 압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도 이날 G8 정상회의 예비회담 참여 유보를 선언했다.

앞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도 주러시아 대사를 소환하고 G8 정상회의 예비회담에서 빠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모스크바·브뤼셀·파리연합뉴스) 유철종 송병승 박성진 특파원 cjyou@yna.co.krsongbs@yna.co.kr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