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이트 사무실 무상임대에 사택 특혜 배정까지
정수성 의원 "편의제공받으면서 규제역할 제대로 할 수 있나"

원전 규제·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갑의 위치'를 악용해 규제 대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4개 원전 사이트에 파견된 원안위 주재관과 KINS 주재원들은 한수원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의 '비유동자산관리규정'을 보면 업무에 사용되는 부동산은 임대할 수 없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임대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엄연히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원안위·KINS에 무상 임대 혜택을 준 것은 '규제기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규모도 논란의 대상이다.

고리 원전의 경우 원안위 주재관 및 KINS 주재원 수는 총 14명인데 이들에게 배정된 사무실 면적은 198㎡(약 60평)에 달한다.

1인당 14㎡(4.2평)의 공간을 쓰는 셈이다.

'정부청사 관리 규정 시행규칙'은 2·3급 국장급 공무원의 일반사무실 개인면적은 17㎡(약 5.1평) 이하, 4급부터는 7㎡(약 2.1평) 이하로 제한하지만 원전 규제기관의 주재관(원)은 예외다.

고리를 제외한 영광·울진·월성 원전사이트에서는 한수원이 주재관(원)들의 사무집기를 대신 사주거나 인터넷 사용료 등을 대납했다.

또 월성 원전의 경우 주재관(원) 전용 주차 공간을 만들어 다른 직원들의 사용을 막는 등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부지에 있는 사택 역시 규제기관을 특별히 배려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원전 현장근무 인력의 한수원 사택 입주율은 66.2%. 10명 중 3∼4명은 인근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임대해 쓰는 형편이다.

하지만 현장에 파견된 원안위 주재관들은 전원 사택에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직원들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사택이 규제기관의 편의를 위해 쓰인 셈이다.

특히 서기관급 주재관은 가족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넓은 145㎡(약 44평)의 사택을 배정받았다.

KINS 주재원들은 사택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본사로부터 수도·가스·전기세 등 공과금 명목으로 매월 20만원(겨울철에는 50만원)을 받는 등 다른 방식으로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KINS측은 일부 파견지역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파견 직원에 대한 공과금 보조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사용자 부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정수성 의원측은 지적했다.

KINS는 공과금 보조로 2011∼2013년 3년간 총 2억521만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관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만 경영'으로 질타를 받는 곳이다.

정수성 의원은 "원전 규제기관이 규제 대상 사업자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으면서 공정한 규제·감독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원전 규제기관의 비상식적인 '갑질'에 대해 전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