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은 히틀러” > 미국 뉴욕에서 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히틀러처럼 합성한 사진을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군대 파견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 “푸틴은 히틀러” > 미국 뉴욕에서 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을 히틀러처럼 합성한 사진을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군대 파견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세계 금융시장에 ‘우크라이나발(發)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3일 러시아의 주식과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우크라이나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로 금, 달러화, 엔화 등 안전자산은 강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 에너지 가격은 상승했다. 반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우크라이나 디폴트 위기

금융시장 '우크라이나 악재'…신흥국 통화가치 일제히 하락
우크라이나는 이미 디폴트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우크라이나 신용등급은 디폴트 단계인 D등급에 가깝다.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178억달러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지난해 9월 말 289%로 2009년(148%)에 비해 두 배가량 급증했다. 국가 부도 위험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0일 13.29%까지 치솟았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달 19일 11.105%에 달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도 수년째 적자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에너지 탓이 가장 크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6대 곡물수출국일 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 파이프라인의 주 통로다. 200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가스공급 협상에 실패했고, 그 여파로 유럽 전역에 가스 대란이 발생한 적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가스 수입량의 15%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유럽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림반도 위기로 5월물 옥수수값과 밀 가격은 장중 한때 각각 2.73%, 5.18% 급등했다.

◆푸틴 ‘도박’에 러시아도 직격탄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침체기를 맞은 러시아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도박’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석유 천연가스 등 각종 원자재를 수출해 먹고살던 러시아 경제는 2010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기반이 약화됐다. 2010년과 2011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4% 중반을 기록했던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2012년 3.4%로 꺾인 데 이어 지난해 1.3%로 떨어졌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에 역대 최대인 510억달러를 쏟아부은 데다 지난해부터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점도 러시아로서는 부담이다. 러시아의 지난해 GDP 대비 정부 부채는 14.1%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늘었다. 1월 외환보유액은 4441억달러로 2011년 12월 이후 최저액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쏠림현상

이날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금값은 강세를 나타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후 11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1% 떨어진 101.33엔에 거래됐다. 엔·유로 환율은 0.30% 밀린 139.65엔을 나타냈다.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3.70달러(1.79%) 오른 1345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은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13% 오른 배럴당 104.7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2.78% 오른 배럴당 112.01달러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전장 대비 0.47%, 폴란드 즈워티화는 1.0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0.36%, 헝가리 포린트화는 1.03% 급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태국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신흥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투자 심리 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라/박병종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