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시장, 정점 찍었나 … 한집 건너 또 커피전문점인데
3일 둘러본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는 200m 남짓한 거리에 커피전문점이 세 곳이나 경쟁하고 있었다. 합정 카페거리, 서래마을 등 커피 명소를 가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전문점이다.

카페형 분식점, 카페형 핸드폰 판매점 등 변종 카페도 합세해 고객잡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커피 수입량도 예전만 못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커피 수입량은 2011년 12만1,855t까지 증가해 정점을 찍었다. 2012년 10만6,119t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11만4,352t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2011년에 못 미친다.

가구당 월 평균 커피 및 차 관련 지출도 줄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2년 월 평균 가구당 커피 및 차 관련 지출은 8,584원이었으나 지난해 8,328원으로 256원 감소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커피전문점들의 생존 마케팅도 다양해졌다. 인근 지역 직장인·대학생을 상대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할인해주는 방법은 흔한 방식이다. 다른 업종 상가와 연계해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고양이카페·강아지카페에 이어 '양' 카페도 등장했다.

커피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토피넛 라떼 파우더 공구(공동구매)합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음료를 제조할 때 사용하는 가루를 저렴한 가격에 공동 구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2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만들 때 쓰는 제품을 함께 해외직구(해외 직접구매) 하자는 글도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값비싼 돈으로 음료를 사 마시는 대신 저렴한 값에 직접 만들어 마시기 위해서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다보니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을 갈 때도 가격, 맛,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고른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커피전문점을 찾던 이전과 달리 각 커피전문점만의 개성을 소비한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개인 커피전문점의 아르바이트생은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보다 디저트 메뉴를 먹으러 오는 고객이 많다. 디저트 메뉴에 맞춰 음료를 주문한다" 며 "다녀간 고객들이 블로그에 쓴 후기를 보고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전모씨(24)는 "커피를 마시러 가기보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커피전문점에 자주 간다" 면서 "이전에는 커피를 마시러 커피전문점에 갔다면 지금은 그 커피전문점만의 특색 있는 메뉴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간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