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 전 의사협회 부회장 등 중진급 의사 38명은 4일 ‘대한평의사회(가칭)’ 출범을 위한 발기인 명단을 공개했다. 의사협회의 파업 결정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성향 의사들이 새로운 의사단체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좌로 가는 의협 안된다"…새 의사단체 만드는 의사들
발기인에는 나 전 부회장과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동욱 경기도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박정하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 김억 전 서울시의사회 의무이사, 안광무·은상용 의협 정책이사, 이철우·조현근 전 의협 총무이사, 한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총무이사, 오동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등이 참여했다.

나 전 부회장은 “의협이 보건의료노조 등에 편승해 좌편향된 정치성을 내세우고 있다”며 “현재의 의협은 사실상 의사들을 노동자단체로 인식하는 이념편향적 모습을 보이고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의협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진보 좌편향적인 회장이 독단적으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현재 50명 정도의 의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적지 않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동참 의사를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전의 의사협회 방향성은 자유시장경제 흐름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중도보수를 지향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의협 집행부는 극도로 치우친 진보좌파 색깔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의료체계를 두고 재벌 중심의 대형병원만 배를 불리게 한다거나 심지어 원격의료에 대해 삼성이 배후조종을 하고 삼성전자만 이롭게 한다는 황당한 논리까지 나오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창립 추진위원인 이 부회장은 의협이 지난달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투표 문구에 ‘올바른 의료제도 확립을 위한 파업 찬반투표’라고 쓰여 있다”며 “몰아가기식 여론조사가 아닌 전체 의료계의 정확한 현장 실태조사를 거쳐야 하고 그 결과가 지난번 76.6%(총파업 찬반투표 당시의 찬성률)보다 현저하게 못 미치거나 허수일 때는 즉각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