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21년 만에 스크린 컴백…"억척 엄마役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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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우아한 거짓말' 주연
아이들 리얼 연기에 되레 감동
드라마 '밀회' 연기도 매우 고심
아이들 리얼 연기에 되레 감동
드라마 '밀회' 연기도 매우 고심
김희애(47)가 ‘101번째 프로포즈’(1993) 이후 2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이한 감독의 ‘우아한 거짓말’에서 두 딸을 홀로 키우는 억척 엄마 역을 해낸 것. 김희애는 오는 17일부터 케이블채널 JTBC가 방송하는 드라마 ‘밀회’에서도 연하의 천재 피아니스트(유아인)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유부녀 역할을 연기한다.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 캐릭터를 넘나드는 김희애를 4일 서울 시청 근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결혼(남편은 벤처사업가 이찬진 씨) 후 아들 둘을 낳아 키우면서 드라마 출연 횟수도 줄였어요. 이번 영화는 ‘완득이’를 만든 작가와 감독이 제안해온 건데 시나리오가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피하고 싶은 얘기였지만 자식을 키우는 제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출연하기로 결정했죠.”
영화에는 요즘 서울 청담동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빙그레 쌍X’ 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우아한 자태로 타인에 대해 얘기하지만 잘 살펴보면 욕을 하고 있는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카카오톡’ 시대가 되면서 이런 인물들이 양산되고 있다. 극 중 여중생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거짓말로 친구를 골탕먹인다. 그 친구는 결국 ‘왕따’ 신세를 비관해 죽음을 선택한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그 아이는 병든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겐 분명 상처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말로 다치는 상처는 끝내 안 지워져요. 학교는 정글입니다. 더 심한 상처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죠. 연기를 하면서 저도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는 이 영화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흑백으로 쉽게 나눌 수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사를 어느 정도 따스하게 보듬어줬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울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에선 아이들의 연기를 보니까 갑자기 후폭풍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나더라”며 “아이들의 연기는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방송을 앞둔 ‘밀회’에 대해서는 “대본을 볼 때는 ‘익사이팅’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려니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20대 중반인 유아인과 완전히 다른 세대인 탓이다. 그는 “유아인은 천재 피아니스트란 배역에 완전히 빠져 있어 단순히 어린 후배 같지 않다”며 “그를 보니 배역에 계속 빙의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머쓱해지더라”고 했다. 중년에 접어든 여배우로서의 각오도 얘기했다.
“흰머리가 나고, 노안도 왔어요. 누가 세월을 비켜가겠어요. ‘웰빙’보다 ‘웰다잉’을 더 많이 생각해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간 뒤 고요함에서 행복을 알게 되는 나이니까요. 시간이 더 소중해지더군요. 열심히 운동해 연기자로서 수명을 늘려가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결혼(남편은 벤처사업가 이찬진 씨) 후 아들 둘을 낳아 키우면서 드라마 출연 횟수도 줄였어요. 이번 영화는 ‘완득이’를 만든 작가와 감독이 제안해온 건데 시나리오가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피하고 싶은 얘기였지만 자식을 키우는 제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출연하기로 결정했죠.”
영화에는 요즘 서울 청담동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빙그레 쌍X’ 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우아한 자태로 타인에 대해 얘기하지만 잘 살펴보면 욕을 하고 있는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카카오톡’ 시대가 되면서 이런 인물들이 양산되고 있다. 극 중 여중생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거짓말로 친구를 골탕먹인다. 그 친구는 결국 ‘왕따’ 신세를 비관해 죽음을 선택한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그 아이는 병든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겐 분명 상처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말로 다치는 상처는 끝내 안 지워져요. 학교는 정글입니다. 더 심한 상처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죠. 연기를 하면서 저도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는 이 영화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흑백으로 쉽게 나눌 수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사를 어느 정도 따스하게 보듬어줬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잘 울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에선 아이들의 연기를 보니까 갑자기 후폭풍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나더라”며 “아이들의 연기는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방송을 앞둔 ‘밀회’에 대해서는 “대본을 볼 때는 ‘익사이팅’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려니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20대 중반인 유아인과 완전히 다른 세대인 탓이다. 그는 “유아인은 천재 피아니스트란 배역에 완전히 빠져 있어 단순히 어린 후배 같지 않다”며 “그를 보니 배역에 계속 빙의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머쓱해지더라”고 했다. 중년에 접어든 여배우로서의 각오도 얘기했다.
“흰머리가 나고, 노안도 왔어요. 누가 세월을 비켜가겠어요. ‘웰빙’보다 ‘웰다잉’을 더 많이 생각해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간 뒤 고요함에서 행복을 알게 되는 나이니까요. 시간이 더 소중해지더군요. 열심히 운동해 연기자로서 수명을 늘려가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