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눈도 우크라이나로 쏠렸다. 에너지자원 대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이 남아있는 탓에 국내 상장종목 중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있는 석유 유통·셰일가스 테마주가 들썩였다.

유가변동의 영향이 큰 정유·화학주도 치열한 눈치 보기를 이어갔다. 세계의 곡창인 우크라이나 흑토지대에서 생산되는 밀과 옥수수, 콩 등의 수출에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식료품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금 관련주도 주목받고 있다.

'걱정의 벽' 타고 오른 우크라이나 테마株

○‘광산 속 카나리아’ 정유·화학주?

코스피지수는 4일 0.54%(10.58포인트) 하락한 1954.1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지수가 0.94% 하락한 뉴욕증시나 줄줄이 1~3%대 급락한 유럽증시에 비해선 낙폭이 작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불안심리 탓에 연이틀 주가의 발목이 잡혔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482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2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순매도 규모도 전날(772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한국 증시가 우크라이나·러시아와는 관련이 적은 덕에 직접적인 수혜·피해주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태가 글로벌 천연가스와 원유 거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에 정유·화학주가 주목받고 있다. 일단 급박했던 상황은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기가 다시 불거진다면 정유·화학주가 전조를 먼저 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산유국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유가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얽힌 사태가 장기화되면 시리아, 리비아 사태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석유유통·셰일가스 관련 테마주는 우크라이나 사태 반사효과 기대에 급등했다. 흥구석유는 10.71%, SH에너지화학은 11.58% 급상승했다. 대형 정유·화학주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소폭 조정을 받았다. 에쓰오일은 0.46% 하락했고, GS는 0.61% 떨어졌다. LG화학은 0.99% 뒷걸음질쳤고, 롯데케미칼은 0.25% 떨어졌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영향을 놓고선 시각이 엇갈렸다. 윤재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상승이 불가피한 반면 정유 수요는 크지 않아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반면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유가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는 정유 재고 효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오히려 정유업체가 수익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음식료·금 관련주도 영향받을까

세계적인 곡창지대에서 정치·군사분쟁이 빚어진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음식료주에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음식료주 중에선 밀가루, 전분당 등을 제조·판매하는 소재업체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시 악영향이 예상된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산지이기 때문에 사태가 길어지면 곡물가 상승이 부담”이라며 “하지만 식품 소재업체들이 통상 한 달 주기로 재고를 쌓기 때문에 아직은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송광수 메리츠종금 연구원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재료 가격 압박이 커지겠지만 한 달 이내에 봉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