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세금폭탄’이란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직장인들이 실제로 더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이를 세금폭탄으로 몰고 간다면 사실 관계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죄’는 정부에 있다. 정부는 2012년 9월 내수 진작을 위해 근로자 월급에서 매달 자동으로 떼가는 원천징수액을 평균 10%가량 줄였다. 세금을 덜 떼면 근로자들의 쓸 돈이 늘어나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정부 의도대로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매달 떼가는 세금은 적은 반면 나중에 한꺼번에 토해 내는 돈은 꽤 많기 때문이다. 실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500만원인 근로자의 원천징수액은 종전 26만9290원에서 24만820원으로 2만8470원 줄었다. 한 달에 3만원도 안되는 돈이 늘었다고 소비를 크게 늘릴 직장인은 많지 않다.
반면 이렇게 매달 걷는 세금을 줄인 결과 연말에 더 내야 할 세금은 34만원가량이나 된다. 월소득 700만원 근로자는 매달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5만5000원가량 줄지만 연말에는 66만원가량을 몰아서 내야 한다.
문제는 내년 연말정산 때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천징수액을 다시 높이는 것은 또 다른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납세자 입장에선 이왕이면 세금은 늦게 낼수록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오히려 해법은 분납제도에서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연말정산 결과는 보통 2~3월 월급에 한 번에 반영된다. 100만원 가까운 세금을 한꺼번에 토해 내는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연말정산에서 내야 할 세금이 많다면 여러 달에 나눠 내는 분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