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우느라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중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정영자 씨·67세)

초등과정과 중등과정 입학생들이 4일 오후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짝꿍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과정과 중등과정 입학생들이 4일 오후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짝꿍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교동 서울시교육청 마포평생학습관 5층 대강당. 초등과 중학교육 과정 입학식에 참석한 200여명의 노인들은 평균 69세의 늦깎이지만 표정은 10대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희망과 설렘으로 환한 표정이었다.

이날 입학식을 개최한 ‘성인대상 문해(文解)학교’는 올해 전국 최초로 중학교 과정을 추가 개설했다. 시험을 통해 학력을 인정받는 검정고시 제도가 있지만 고령자들은 시험으로 학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문해교육을 선호해 왔다. 문해교육은 2011년부터 초등 학력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1299명이 혜택을 받았다. 서울교육청은 2012년과 지난해 중학 학력 대비과정을 운영하다 올해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처음으로 서울 마포·노원·영등포·고덕평생학습관 등 네 곳에서 중학 학력 인정 과정을 시작했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한소례 씨(71)는 “50년 전에는 딸이라는 이유로 초등학교만 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동생들은 공부를 계속 하고 나는 그렇지 못해 계속 마음에 남았는데 평생학습관을 찾아 중학교 공부를 하게 됐다”고 웃었다. 정영자 씨는 “어릴 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아이를 키우고 먹고 살기가 힘들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미뤘다”며 “몇 년 전 암투병을 하다 큰딸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하면서 암도 완치하고 계속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해학교는 3년간 연간 40주씩 중학교 1~3학년 과정을 운영한다. 주 4일 이상 주당 11시간 교육과정으로 7개 과목을 가르치며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과 선택과목인 체육, 음악, 미술, 한문, 컴퓨터, 창의적 체험활동을 3년간 모두 1350시간 진행한다.

방두현 서울교육청 평생교육과장은 “3월 말까지 학습자를 모집 중이며 수강료는 무료”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