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놓고 벌이는 골목길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의 국내 판매 비중은 2003년 81.8%에서 2012년 86%로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중소기업 제품의 총 판매액이 2.2배 증가했지만 국내 판매가 2.3배, 해외 수출이 1.7배 늘어난 탓이다. 중소기업이 해외보다는 안으로만 움츠러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수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면 또 모르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국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해외 직접구매 증가 등이 겹치면서 내수시장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2003년 55.7%에서 2013년 50.6%로 낮아진 것도 내수시장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이런 곳에 판로의 86%를 의존하면서 언제까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여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중소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고 국내시장에만 안주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나 이런 정책을 자금지원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은행들의 약속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골목상권 논쟁이 벌어지고 대기업의 손발을 묶는 이상한 규제들이 동원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내수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차별적 보호조치로는 우물 안 개구리를 만들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은 그 자리에서 맴돈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너무 적다. 수출 중기는 작년 말 현재 8만7000개로 전체 중소기업의 2.8% 정도에 불과하다. 독일(11.3%) 네덜란드(10.1%)는 물론 미국(4%)과 비교해도 열악하다. 그것조차 100만달러 이하가 83.2%에 달해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더는 도전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정부도 중소기업을 독려해야 한다. 언제까지 보호 속에 안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