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었다. 특히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대중에게 더욱 친숙해진 명곡이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메릴 스트리프가 경비행기를 타고 붉은 석양에 물든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 위를 비행하는 장면 뒤로 잔잔히 흐르던 우수 어린 클라리넷의 아다지오. 그 황홀한 선율을 세계적인 클라리넷 주자 마이어의 실제 연주로 듣는 감회가 새로웠다. 이날 클라리넷 주자 이상으로 필자를 매료시킨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쾰른 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슈텐츠였다.

흔히 지휘자를 스승이라는 뜻으로 마에스트로라고 부른다. 훌륭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전체 악보의 구조와 내용을 완전히 꿰뚫어 보면서 각 단원을 음악적으로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음악적 내공이나 카리스마 외에도 오케스트라 단원 하나하나와 소통하며 배려하는 인격적 감화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날 지휘자 슈텐츠는 클라리넷 주자 마이어와 협연을 하는 내내 오케스트라 음향의 강약을 통제하며 어떻게든 독주자 마이어의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연주 후 단원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워 격려했는데, 특히 아주 작은 부분을 담당한 단원들에게 보다 큰 격려를 보내는 세심한 배려에 음악 못지않은 큰 감동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마음을 합해 큰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할 때 로펌의 업무야말로 훌륭한 지휘자의 역량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 법률문제들은 대개 두꺼운 교향곡의 악보 이상으로 복잡해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다. 깊은 경륜과 강한 카리스마는 물론 인격적 감화력까지 겸비한 선배 변호사들의 노련한 지휘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훌륭한 지휘가 필요한 곳이 어디 로펌뿐이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구성원의 다양한 자질을 원대한 비전으로 묶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아무쪼록 마음으로부터 그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마에스트로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배출되기를 희망한다.

김재훈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jaehoon.kim@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