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의회 찾은 케리 美 국무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라다(의회)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와 회의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키예프UPI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의회 찾은 케리 美 국무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라다(의회)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왼쪽),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와 회의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키예프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 진정 국면을 맞았지만 ‘우크라이나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식 경제 제재’를 검토 중이고, 이에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팔 수 있다”고 역공을 펴는 등 양국이 날카롭게 대립해 우크라이나의 불안정한 상황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10억달러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도 110억유로 지원을 약속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명백한 침공행위를 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락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러시아에 대해 ‘이란식 금융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로 2년간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러시아도 곧장 맞받아쳤다.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카스피해 인근에서 시험 발사했다. 군사력 사용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 놓은 러시아가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 움직임에 대해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현지 언론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 제재 위협을 계속하면 러시아가 보유한 2000억달러(약 214조원) 규모의 미 국채를 매각할 것”이라며 “미 국채 매각을 독려하고 달러를 형편없는 통화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러시아의 국채 매각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습고 실없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FT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자국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다”며 “위기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세를 회복했다. 미 뉴욕 증시 S&P5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유럽 증시는 일제히 급반등했다. 폭락했던 러시아 증시도 5% 이상 올랐다. 미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유로 취약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FT 등 주요 외신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 유럽 채권시장의 대표적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분트)처럼 취급받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일 0.714%로 지난달 24일 0.80%에서 급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7월 이 수익률은 6.64%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지난달 24일 3.63%에서 이날 3.4%로 크게 떨어졌다. 스페인 10년물은 이 기간 3.55%에서 3.46%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조만간 미국과 일본식 양적완화를 실행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