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격 낮춰 물량공세 땐 애플·LG, 전략 수정 불가피
팬택·소니·화웨이도 '비상'
애플과 함께 세계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이 주력 제품인 갤럭시S5 값을 낮추면 다른 회사들도 덩달아 제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안그래도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는데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의 가격 인하가 ‘쓰나미’처럼 업계를 덮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S5 가격 낮추나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5일 “삼성이 갤럭시S5 출고가를 인하할 경우 경쟁사들은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갤럭시S5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스펙이 갤럭시S4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무선충전 기술도 탑재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부품은 1600만 화소 카메라 정도다.
이 때문에 갤럭시S5가 4월에 나올 때 출고가를 80만원대 초반으로 낮춘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갤럭시S4(LTE-A)의 출고가 95만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했던 한 삼성전자 임원은 “갤럭시S5는 예상보다 가격 경쟁력을 더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은 이날 갤럭시S5 출고가에 대한 질문에 “거의 다 정해간다”고 답했다.
삼성이 출고가 인하를 검토 중인 것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줄고, 중고가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략 제품의 목표 타깃을 넓혀 판매를 확대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가격 쓰나미, 업계 덮치나
LG전자 소니 HTC 화웨이 팬택 등 스파트폰 경쟁사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삼성, 애플에 밀리는 이들은 그동안 삼성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값을 책정한 뒤 제품을 팔아왔다. 그러나 수익성은 훨씬 낮았다. 생산대수 등이 삼성 애플 등에 턱없이 뒤지기 때문에 부품 등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어서다. 제조원가가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브랜드 가치가 낮아 통신사들의 보조금 요구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버는 건 적지만 마케팅비는 더 써야 한다.
작년 4분기 애플과 삼성을 제외한 대다수 스마트폰 회사가 적자를 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LG전자의 경우 작년 3분기 797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4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이 값을 내리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서 인하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판촉까지 모든 걸 뒤엎어야 할 판이란 얘기다. 팬택 관계자는 “삼성이 가격을 낮춘다면 다른 제조사들도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4월 말~5월 중 내놓을 신제품 가격도 삼성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고 마케팅을 할지 본 뒤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 작년 45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최대 생산기지인 베트남의 생산능력을 연 3억대 이상으로 확충하고 있다. 최근 완공된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제2공장은 부품 내재화, 모듈화 등에 힘을 기울여 대당 생산단가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현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