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강경희 씨(42)는 요즘 사진 앱 ‘모멘트캠’에 푹 빠졌다. 중국 하이토크소프트웨어에서 만든 이 앱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코믹한 캐리커처로 바꿔준다. 강씨는 “남편과 내 얼굴을 영화 타이타닉 속 한 장면으로 합성해놓고 키득키득거리거나 친구들을 웃긴 장면 속 주인공으로 바꿔 카톡 메시지로 보내주곤 한다”며 “얼굴 특징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사진이 아닌 그림이다 보니 페이스북 같은 공개된 곳에 올릴 때도 부담이 작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수정·편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진 앱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일상화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사진 앱이 하나의 ‘놀이 문화’ 또는 ‘소통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앱, 놀이문화로 정착

10대들 사이에서는 ‘픽스아트 포토스튜디오’란 앱을 이용한 합성 놀이가 유행이다. 사진에서 얼굴만 동그랗게 오려내 다른 그림에 갖다 붙이는 놀이다. 옛날에 종이를 오려내 다양한 옷을 캐릭터에 입혀보던 것처럼 몸과 옷은 그림이지만 머리는 자신이 갖다 붙인 사진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선 이렇게 자신을 순정만화 속 주인공으로 합성해 연예인의 얼굴을 한 캐릭터와 손을 꼭 잡고 있는 그림이나 입고 싶은 패션 스타일에 자기 얼굴을 합성한 그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사진 앱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얼굴을 자동으로 예쁘게 바꿔주는 일명 ‘예뻐지는 카메라’들이다. 비싼 포토샵 프로그램을 쓰지 않아도 피부 잡티를 없애줄 뿐 아니라 요즘은 자동으로 눈은 크게 해주고 얼굴은 갸름하게 보이게 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SK컴즈는 ‘싸이메라’ 덕분에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얼굴을 인식해 진짜 화장을 한 것처럼 꾸며주는 기능, 안경과 모자를 써볼 수 있는 기능 등으로 세계 220여개국에서 지금까지 7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SK컴즈 관계자는 “한국 연예인처럼 얼굴을 꾸밀 수 있어 처음에는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미국과 유럽 브라질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용자의 78% 이상이 해외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구글플레이 무료 사진 앱 중 인기 1위에 오른 ‘캔디 카메라’는 촬영음 없이 셀프카메라를 찍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식당 미술관 화장실 어디서든 셀카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SNS·전자상거래로 확대

사진 보정 기능에 집중했던 사진 앱들은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자상거래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많은 사진 앱이 나와 있고 기능도 거의 비슷해 지금 이 상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사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SK컴즈는 오는 4월 싸이메라를 ‘사진 기반 SNS’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그밑에 댓글을 달면서 소통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특히 싸이메라의 강점인 얼굴 인식 기능을 활용해 시중에 파는 립스틱을 가상으로 발라 볼 수 있게 한다든지 안경을 써보고 스마트폰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라인 카메라’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연계한 SNS 기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라인 카메라는 라인 캐릭터들을 사진에 합성해 분위기나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