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년 1월 도입 예정인 자동차 탄소세 제도를 환경부와 다시 짜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연기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계는 CO₂배출 차량이 적은 차량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고배출차량 구매자에게는 부담금을 물리는 자동차 탄소세에 대해 수입차만 혜택을 보고 국산차는 역차별을 받는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던 환경부가 산업부 등으로부터 제동이 걸리자 뒤늦게 재검토에 들어간 모양이다. 어쨌든 이 정부 들어 모처럼 들리는 정상적 논의라는 점에서 반갑다.

사실 자동차 탄소세는 처음부터 산업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발상이었다. 환경부 추진안대로 하면 수입차는 보조금을 받고 국산차는 최대 700만원까지 부담금이 늘어난다. 국산차 구매자 부담으로 수입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산차는 역차별 정도가 아니라 큰 타격을 입을 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엉뚱한 소동은 이미 오류로 판명난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 대책에서 비롯됐다. 환경부는 자동차 회사도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했었다고 해명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시 정권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들이 대놓고 반대를 할 수 있었겠나. 오히려 환경부야말로 정권의 녹색성장 코드에 맞추어 무분별하게 환경원리주의적 대책들을 도입하기에 바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탄소세다.

하지만 자동차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동차 생산국 중에는 거의 없다. 더구나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관련 정책도 지금은 방향부터 판이해졌다. 한국을 빼곤 그 어떤 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외치지 않는다. 자동차 탄소세의 전제조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시행 자체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맞다. 아니,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모든 과잉 규제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