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 모하메드 지음 / 엄성수 옮김 / 지식노마드 / 340쪽 / 1만8000원
크론 부사장이 주목한 것은 ‘고객 가치’였다. 고객들은 밖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좌석만 피할 수 있다면 돈을 좀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점, 사업차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은 칵테일을 ‘그날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종류의 탑승권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탑승해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알코올성 음료를 제공하는 대신 기존의 최고가 탑승권보다 10~30달러 비싼 ‘비즈니스 셀렉트’ 탑승권이다. 이를 통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시행 첫해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대다수 경영자들은 가격 결정을 어려워한다. 가격 결정의 ‘황금률’도 없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지침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원가를 올려 잡거나 경쟁업체들의 가격에 맞추거나 직감에 의존한다.
《숨은 1%의 이익을 잡는 가격 결정의 기술》의 저자는 “가격 결정은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의 1200대 글로벌 기업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격을 1% 올리고 수요가 변함없다면 각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11% 늘어난다고 한다.
저자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흔한 오류 두 가지로 ‘원가 기준 가격 결정’과 ‘가격을 단지 올릴지 내릴지의 문제로만 고민하는 것’을 꼽는다. 고객 입장에서 가치를 판단해 가격 결정을 하려면 기존의 가격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미국 센트럴파크의 노점상들은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즉시 우산 가격을 올린다. 이때의 가격 인상은 원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달라진 것은 다급히 비를 피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 우산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고를 때 대개 몇 가지 제품을 놓고 가격 대비 가치가 가장 높은 제품을 선택한다. 가치 기반 가격 결정은 고객들이 ‘차선’으로 생각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특징을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차선의 제품에 비해 특별한 성질이 더해진 제품에는 더 높은 가격을 매기고, 불필요한 특징을 모두 뺀 제품은 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가격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이익이 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