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붐 타고…뉴욕 오피스 시장 달아오른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페이스북 뉴욕 지사는 지난주 새 사무실로 이사했다. 2012년 메디슨애비뉴에 처음 둥지를 튼 지 2년 만에 뉴욕대 근처 그리니치빌리지로 자리를 옮겼다. 2년 전 80여명에 불과했던 엔지니어 인력이 최근 300여명으로 늘어나서다. 10년간 장기 임대한 새 사무실 면적은 약 9290㎡로, 이전 사무실에 비해 두 배 이상 크다. 이로써 페이스북은 요즘 뉴욕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다 모인다는 ‘미드타운사우스(Midtown South)’ 지역에 입성했다.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은 미국 IT업계의 허브로 부상하면서 맨해튼 오피스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이사한 미드타운사우스 지역은 지난달 공실률이 미국에서 가장 낮은 7.5%로 떨어졌을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두 번째로 공실률이 낮은 지역은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로, 약 9%다.

뉴욕의 오피스시장은 과거 크게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으로 나뉘어 있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다운타운에는 금융회사가 밀집해 있었고, 미드타운엔 대기업과 미디어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금융회사가 미드타운으로 대거 옮겨오긴 했지만 미드타운사우스는 여전히 관심 밖이었다.

그러다 4~5년 전부터 신생 기업(스타트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미드타운사우스는 실리콘밸리와 골목(alley)을 합성한 ‘실리콘앨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북으로는 30가에서 소호, 동서로는 첼시에서 유니온스퀘어를 거쳐 이스트빌리지에 이르는 지역이다. 뉴욕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스타트업들이 달궈놓은 시장에 IT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미드타운사우스는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오피스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구글이 2010년 첼시에 18억5000만달러를 주고 건물을 사들였다. 트위터도 지난 1월 첼시 인근에 1만3000㎡짜리 새 사무실 임대계약을 맺었다. 슈퍼컴퓨터 왓슨의 상용화에 나선 IBM왓슨 사업부도 같은달 페이스북 건너편 건물에 1만1150㎡ 넓이의 사무실을 빌렸다.

기업이 몰려들면서 이 지역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드타운사우스 지역 임대료는 1평방피트(0.092903㎡)에 62.61달러로 전년보다 26% 올랐다. 임대료가 너무 오르자 일부 기업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야후는 뉴욕 오피스 직원 수가 500여명으로 늘어나자 지난해 타임스퀘어 인근으로 이사했다. 과거 의류회사가 모여 있던 ‘가먼트디스트릭트’도 IT 회사들의 새로운 선호 지역이 되고 있다. IT 붐 효과가 뉴욕 오피스시장 전체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 뉴욕지사에서 근무하는 캐럴린 에버슨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부사장은 “지난 3년간 우리는 뉴욕에서 고객과 가까워지고 최고의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은 예술, 문화, 패션, 금융, 기술 등 모든 분야의 창조적 인재들이 모여 있다”며 “세계를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비전에 뉴욕만큼 잘 맞는 도시는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