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전2권 376·344 / 각권 1만2000원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을 주로 써 온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이번엔 사회파 소설 《침묵의 거리에서》(전 2권)를 내놨다.
소년의 죽음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진실을 찾는 유가족과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녀의 부모, 비밀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 학생들, 당황하는 교사들, 진실을 찾으려는 형사와 기자, 소문을 퍼뜨리고 때론 입을 다물어버리는 마을 사람들까지 치밀하게 그리며 사회의 축소판을 만들어 낸다.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부모와 친구, 학교, 경찰, 언론, 법조계가 벌이는 세상의 민낯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침묵한다.
소년을 죽인 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작가는 “조금만 상상해보면 사람이 한 명 죽는다는 것은 정말 큰 사건이지만 사람들은 조금의 상상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며 “이 책을 쓰며 ‘조금만 상상’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확보한 긴장감 있는 작품으로, 온갖 정보와 목소리들로 가득 차 떠들썩하지만 근본적 질문에는 텅 빈 침묵뿐인 현대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