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계] 한진해운·현대상선 부채비율 1000%…선박구매 엄두 못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해운업계 얼마나 어렵길래
팬오션 법정관리 신청…대한해운 주인 바뀌어
알짜경영 중견사도 고전…고려해운 순익 급감
5500억 해운보증기구도 때 놓쳐 효과 불투명
팬오션 법정관리 신청…대한해운 주인 바뀌어
알짜경영 중견사도 고전…고려해운 순익 급감
5500억 해운보증기구도 때 놓쳐 효과 불투명
“세계 5위까지 올라섰던 대한민국 해운업이 말라죽게 생겼습니다.”
이윤재 선주협회장(흥아해운 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바다와 경제’ 조찬포럼에서 한국 해운업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업계에서 선박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 5조원가량의 부채를 줄였지만 해운업 장기 불황과 금융권의 대출 기피 탓에 생사 기로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경영난 갈수록 심화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해운사 중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3위였던 팬오션(옛 STX팬오션)이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업계 4위였던 대한해운은 이미 법정관리를 거쳐 주인이 바뀌었다.
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작년 12월 차례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424억원 영업손실, 6801억원 당기순손실(잠정공시 기준)을 봤다. 부채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079.52%에 이른다. 현대상선의 작년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부채비율도 10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한 현대글로비스(현대차그룹)나 SK해운(SK그룹) 외에는 대부분 해운사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알짜 경영을 해온 중견 해운사들조차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39년간 흑자경영을 지속해온 고려해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소폭 늘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347억원에서 254억원으로 27% 감소했다.
○해운보증기구, 연말에나 효과
업황이 계속 악화되자 해운사들은 유상증자, 보유 선박·컨테이너·터미널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국내 해운사들이 재무위험에서 벗어나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머스크 등 세계 1~3위 해운사 동맹체(P3)의 등장과 선박 대형화·효율화 때문이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앞으로는 연료효율을 20~30% 높인 에코십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며 “국내 해운사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런 배를 지금 발주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해운·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 등 알짜 선박들까지 내다 팔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 회사는 선박을 발주할 형편이 아니다”고 전했다.
선박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영국의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 늘었는데 이 기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전체 적재용량(선복량)은 42%나 증가했다.
정부는 최근 자본금 5500억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구를 만들기로 했지만 이조차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부터 관련법을 만들고 자본금을 모아도 연말에 가서야 기구를 설립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싼값에 배를 사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금 돈이 필요한데 1년 뒤에는 배값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주협회 등은 해운사가 발행하는 영구채에 금융회사가 보증을 서주거나 아예 해운사 발행 채권에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당장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진해운·현대상선 두 회사를 합병하거나 정부가 1개 회사를 택해 자본금을 투입, 국유화하는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이윤재 선주협회장(흥아해운 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바다와 경제’ 조찬포럼에서 한국 해운업의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업계에서 선박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 5조원가량의 부채를 줄였지만 해운업 장기 불황과 금융권의 대출 기피 탓에 생사 기로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경영난 갈수록 심화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해운사 중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3위였던 팬오션(옛 STX팬오션)이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업계 4위였던 대한해운은 이미 법정관리를 거쳐 주인이 바뀌었다.
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작년 12월 차례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424억원 영업손실, 6801억원 당기순손실(잠정공시 기준)을 봤다. 부채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079.52%에 이른다. 현대상선의 작년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부채비율도 100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한 현대글로비스(현대차그룹)나 SK해운(SK그룹) 외에는 대부분 해운사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알짜 경영을 해온 중견 해운사들조차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다. 39년간 흑자경영을 지속해온 고려해운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소폭 늘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347억원에서 254억원으로 27% 감소했다.
○해운보증기구, 연말에나 효과
업황이 계속 악화되자 해운사들은 유상증자, 보유 선박·컨테이너·터미널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국내 해운사들이 재무위험에서 벗어나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머스크 등 세계 1~3위 해운사 동맹체(P3)의 등장과 선박 대형화·효율화 때문이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앞으로는 연료효율을 20~30% 높인 에코십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며 “국내 해운사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런 배를 지금 발주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해운·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 등 알짜 선박들까지 내다 팔고 있는 형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두 회사는 선박을 발주할 형편이 아니다”고 전했다.
선박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는 것도 문제다. 영국의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 늘었는데 이 기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전체 적재용량(선복량)은 42%나 증가했다.
정부는 최근 자본금 5500억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구를 만들기로 했지만 이조차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부터 관련법을 만들고 자본금을 모아도 연말에 가서야 기구를 설립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싼값에 배를 사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금 돈이 필요한데 1년 뒤에는 배값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주협회 등은 해운사가 발행하는 영구채에 금융회사가 보증을 서주거나 아예 해운사 발행 채권에 정책금융기관이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당장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진해운·현대상선 두 회사를 합병하거나 정부가 1개 회사를 택해 자본금을 투입, 국유화하는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